연극 〈늙은 부부이야기〉는 오래 된 장맛 같이 깊고 순수한 60∼70대 두 노인의 슬프면서 살가운 늦깎이 사랑 이야기로 긴 여운과 감동 , 가족에 대한 깊은 생각이 남는 연극이다
2인극인 이 연극은 일년이란 짧은 시간,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기승전결의 구조로 삼아 사랑이 시작되고 승화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딸 셋을 모두 시집보내고 딸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혼자 사는 이점순 할머니와 너무나 이기적인 두 아들의 등쌀에 못 이겨 집을 뛰쳐나온 박동만 할아버지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 사랑의 방정식이다.
박동만 할아버지는 거처할 곳을 찾아 예전에 안면이 있던 이점순 할머니 집을 찾아온다.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보고, 할머니와 옥신각신 흥정을 해 월세 가격을 정하고 이사를 결정한다.
이사를 온 박동만 할아버지는 부인과 20년 전에 사별하고 홀로 두 아들을 키웠지만 부모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들이었고 이점순 할머니 역시 딸 셋 모두 시집을 보내고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홀로 살고 있었다.
이렇게 우연한 동거로 인해 각자 외롭게 살던 이점순 할머니와 박동만 할아버지는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던 중 이점순 할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뜨고 결국 이점순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시 박동만 할아버지는 홀로 남게 되는 것으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면서 솔직하고 소소한 삶을 전개하는 그대로의 상황 속에서 고요히 흘러가는 물처럼 편안해 보이는 사랑이 아주 신선하게 와 닿지만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결말에서 노인들의 사랑이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무리가 있다는 점을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자칫 이 연극의 주제는 이미 익숙해진 주제로 여겨지고, 신파조로 끝맺을 수 있다고 보여졌다.
하지만 결코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나이 든 어르신들의 사랑이야기가 새삼 우리 가슴에 다가서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화두' '사랑'을 담담하고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것이 기침, 가난 그리고 사랑, 이 세 가지라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젊고 예쁘기 만한 사랑이 아니라 나이와 사상, 국경도 초월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모든 사랑을 말할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사는 동안 영화 같은 사랑을 한번 해보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하지만 타인들의 사랑에 대해는 냉담한 평가를 쉽게 내리고 특히 황혼기의 어르신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늙어서 주책이지, 자식망신 시키는 일이라든가, 그 노인네에게 돈이 있으니까 달려든다는 식으로 자식들부터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가슴 떨리는 사람을 만나 자식 앞에 섰을 때를 생각해 보라.
이 연극은 결코 늙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 뜨끔한 일침을 놓고 있다.
세월은 나이를 주고, 그 나이를 받은 육체는 늙어가지만 감성은 나이를 먹지 않고 사랑은 늙지 않는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젊은 우리들는 잊지 말자.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어르신들에게 아직 뜨거운 가슴이 살아있고, 노년의 축복일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고, 외로운 그들만의 연가가 아닌 축복 받는 사랑이 될 수 있도록 박수를 보내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