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영씨가 8년 간의 오뚜기글방 생활을 접는 마지막날,

어머니와 함께 복지관을 들어서는 지영씨를 맞이하면서 마지막이라는 서운함보다는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에 기쁜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28살 늦은 나이에 대학생활이라는 새 백지를 받아든 지영씨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상상도 해보고, 잘 해나가야 할텐데 하는 걱정도 하였답니다.

K-tv 한국 한국인 촬영 준비중에 지영씨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지요.

중증뇌성마비장애를 가진 딸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서 어머니는 지영씨와 함께 서울에서, 아버지는 당진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으로 지내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게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자 어려움이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지영씨 역시 그런 부모님께 늘 감사한 마음이라 생각해요.

중입검정고시, 고입검정고시, 대입검정고시를 거쳐서 대학에 입학하는 지영씨는 이제 아무 것도 그려있지 않은 하얀 백지 한 장을 다시 받아들었어요.

하얀 백지를 앞에 놓고서 감사와 설렘으로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어떤 빛깔로 어떤 풍경을 그릴 것인지 두려움이 앞서기도 할거예요. 미디어 영어지도학을 전공해 욕심 같아서는 유학도 가고 싶고, 공부를 마치고 난 후에는 영어 교재를 만들거나 연구원이 되고 싶다던 꿈을 잘 그려나가리라 믿어요.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배려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학교 생활에 최선을 다한다면 꿈은 아름다운 현실로 이루어지겠지요.

우리의 생활은 눈에 보이는 고개만 넘으면 끝인 줄 알고 앞으로 나가지만 고개 하나를 넘으면 더 높은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 지영씨의 대학생활도 그동안의 생활보다 더 높은 산이 되어 오르기에 무척 힘 겨울 수도 있겠으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해요.

오뚜기글방에서 뇌성마비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지내다가 나이 어린 비장애친구들과 어울려 대학생활에 적응하려면 거센 바람 앞에 선 사람처럼 숨이 가쁘고 흔들리게 될 지도 몰라요. 그런 어려움 앞에 서게 되거든 지금의 기쁨과 희망, 그리고 꿈을 새로이 다져서 지혜롭게 넘기 바래요.

스틱을 입에 물고 책장을 넘기고 컴퓨터 좌판을 두드리던 지영씨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거예요.

오뚜기글방에서 낙운씨에 이어 두 번째 대학생이 나왔음은 우리 복지관 모두의 기쁨이었으며, 검정고시공부와 한글기초공부를 하는 뇌성마비후배들에게 무언의 용기와 힘을 주고 있음도 잊지 말아요.

한 그루의 차(茶)나무에서 자란 찻잎은 발효 정도에 따라 향기와 빛깔이 다른 녹차도 되고 홍차도 되고 떫은 맛의 보잘 것 없는 차도 되지요.

지영씨도 발효가 잘된 찻잎과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기쁜 마음을 가진 이에게는 기쁨을 더해주는 사람, 슬픔을 가진 이에게는 위로가 되는 사람, 절망을 하고 있는 이에게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리라 믿으며 이만 줄일게요.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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