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번의 면접에서 떨어졌다.단지 얼굴이 흉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버린 이 사회가 몹시도 싫었다.내 삶이 너무도 지긋지긋했다.

내가 이 사회에 속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민을 결심했다.

그게 바로 나의 삶의 대응방식이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막노동을 뛰면서 그 나라에 기여하고 싶었다.

일자리만 제공해 준다면 난 미국인이 되고 싶다.

한국인으로서 무슨 놈의 애국심이 있단 말인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배부른 소리다.허식이고 가식과 위선이다.

내 조국이 날 버렸는데 그런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다.

이 사회의 소속감없이 난 언제나 왕따였고 이방인이었다.

내가 당한 것만 생각하면 분노가 또다시 치밀어 오른다.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 내가 태어났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갱생할 수 있는 의지를 키웠을 것이다.

화상환자들은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어둠속에서 박쥐처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흉한 몰골을 보고 기절한 한 시민에 충격을 받아 10년 동안

집밖을 나오지 못하는 안면부 화상환자의 운명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

해야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기절하지 않도록 나오지 말아야겠다는 스스로의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안면부화상환자의 가슴이 쓰리고 찢어지게 아팠을까?

그것은 나처럼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아무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게 아니다.

안면부화상환자가 용기가 없어서 세상이 무서워서 못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 세상이 우리가 못나오도록 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이라는 이 나라는 참 더불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정부가 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