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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욱 드디어 모자를 벗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6-30 11:49:14
6월 29일 잔뜩 흐림

낮 12시 30분에 송내에서 초등학교 여동창이 결혼식을
올린다고 내게 연락이 왔다.
남자 친구들만 한트럭 되는 그런 친구였다.
엄정화랑 똑같이 생겨서 남들이 쌍둥이라고 놀릴 정도이다.

청바지에 티하나 그리고 모자를 쓰고 예식장에 가기엔
넘 격이 없어 보였다.

모자를 쓴 양복차림이라...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왠지 어색하기만하다.

코디가 안맞았다.언발란스한 상태에서 난 정서장애가 오고만다.
어울릴 수 없는 컨셉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쓰고 가야지.별수 없었다.

내 동생은 코디네이터,스타일리스트인 멋쟁이였다.
동생의 안목을 믿어보자.
모자쓴 양복차림이 어울리냐며 물었다.

잠시 앞뒤로 두루 살펴보더니...
"성아야 모자 안쓰고 양복입은게 훨씬 더 낫다."
한번 벗고 나가봐. 멋있어."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모자를 벗고 밖으로 나가다니...
두려움이 밀려왔었다.

하지만,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
내가 봐도 이제는 그리 흉해 보이지 않았다.
다 타서 녹아버린 오른쪽 귀, 화상탈모로 빠져버린 머리.
그리고 심하게 데인 흰 이마 부분.
타인에게 괴물의 형상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제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나는 나일뿐이었다.
나는 용감하다.
나는 용감해야만 한다.
나는 용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전사이기 때문이다.

모자를 벗은채 양복을 입고 세상밖으로 나갔다.

나로서는 엄청난 실험이었고 시도,도전이었다.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하기엔 낯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수많은 시선들이 내 얼굴에 꽂혔다.
난 그 시선들을 씩씩하게 다 받아냈다.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와이셔츠가 다 젖어버렸다.

나는 내 나름대로 주문을 외우고 자기 암시를 해댔다.

'삭발하는 모습도 텔레비젼으로 전국 생중계를 했던 나다.
두려울게 없다.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못할게 없는 나다.'

나와같은 changing face 에서도 환한 웃음을 웃을 수 있다.

지하철안에 들어서자...

나를 놀리는 아이들..."저 아저씨 괴물이다.저것 좀 봐."

한번 씨익 웃어 주었다.

그래 볼테면 봐라.

내 얼굴이 죄는 아니다.
더더구나 남에게 부끄러움도 아니다.
그러나 과거엔 부끄러움이었고 수치였다.
왜 죄인처럼 살았는지...바보같았다.
잘못 살았던 것이다.

누구나 사고는 당한다.나처럼 말이다.
내가 남앞에 떳떳하고 바로설 때...
비로소 굴절된 이 사회가 나를 버렸다고 여겼던 이 사회가
나를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아직 내 얼굴에 대한 핸드캡을 깨 나가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처럼 비겁하게 도망가지도 않을 것이다.
난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정신력으로
무장할 것이다.
어떠한 고난도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 못할 것이다.
내 뒤에는 하나님이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 주실거라 믿는다.
나를 이렇게 만드신 분도 그 분이고 분명 목적이 있기에
남과 다른 삶을 살게 하셨다.

처음엔 두려움이 도사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제각각 바빠 보였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다들 자기 할 일에 빠져 있었다.
휴대폰 받는 사람,문자 날리는 사람,신문보는 사람,책보는 사람,
자는 사람...모두 자기 일에 몰입하고 있었다.

괜한 걱정이었을까.기우였나 보다.
이런...

예식장에 들어서니...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광욱아.
머리 스타일 죽인다.
너 요즘 바쁘지.연락도 없고...
완전 연예인 아냐

서로 악수를 하면서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 정신없이
나눴다.

6월의 신부 미라도 하얀 드레스에...정말 그림같았다.

"어제 왜 안왔어.다들 술 마시고 날샜는데...
광욱아 서운하다."

비지니스 때문에 나두 과음을 했다면서 핑계를 대고 말았다.

북적북적한 예식장 속에서 난 친구들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나도 멋있게 결혼을 할것이라고 다짐했다.
남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것이다.

엄청난 자신감이 몰려왔다.

그래 살아가는거 별거 아니다.

이 기쁜 날 신부가 울고 말았다.

짜식 울긴 왜 울어...

나두 결혼할 때 안울어야 하는데...

왠지 눈물을 마구 쏟을 것만 같다.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시면 완전히 눈물바다가 되어

버릴것 같다.

그 눈물이 바로 내가 살아온 인생이고 내가 걸어온
발자취가 되고 말것이다.

참아야 하는데...


오늘...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제 두려워서 행하지 못했던 것들 하나 하나
깨나가면서 살아갈 것이다.

막상 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든 정답을 얻을 수 있다.

빛과사랑 회원들도 어렵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이루어진다.
날마다 전쟁을 치룬다.

자기의 장애을 인정하고 살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이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속으로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환경탓,사회탓,집안탓,가난탓을 하기엔 너무 탓할게 많다.
가장 탓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매일 탓만 하다가 부정적인 조류에 휩싸이고 만다.
긍정적인 자세 잃지 않고 극복한다면
내가 아파한 만큼...그 이상으로 웃을 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다.

삶은 나를 결코 속이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살아 가느냐가 삶의 실마리고 대답이라는 것을...

김광욱 (tesstess7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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