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안개 자욱한 멋진 크리스마스...

어렸을 때 꼬맹이 시절

크리스마스는 내 유일한 희망이고 낙이었다.

한 방에서 엄마,아빠,누나,나,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잠을 자던 시절이었다.

큰 방에 빨랫줄을 설치해서 깨끗한 양말을 몇 컬레 걸어 놓고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렸던 기억이 어슴푸레 난다.

해마다 새벽에 잠깐 들렀다 선물 주고 가셨다는 엄마와 누나의 전설적인 이야기에

나와 동생은 그만 그 말을 속없이 믿고만 있었다.

10살 때였을까...

그 해 크리스마스 만큼은 루돌프는 못만나도 산타는 꼭 만나리라고 다짐을

하고 잠을 자지 않고 동생과 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다 너무 피곤해서 새벽에 순간적으로 졸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물이 놓여 있었다.

우린 너무 실망스러워하며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얄미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와 누나가 이제까지 우리 잠든 사이

선물을 놔 두었다고 한다.

장난을 치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건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고...

우린 그렇게 속고 속이고 살아 왔다.

그래도 성탄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 있었다.

맛있는 과자, 새로운 꼬까옷, 벙어리 털장갑 등등...

못살아도 한 방에서 서로 부대끼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고 살았는데...

이제는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 가기에 바쁘다.

누난 4년에 한 번꼴 만난다.올림픽 할 때마다 만나는 셈이다.

이산 가족이 되어서 살아 가지만 지난 날의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따스한 사랑을 우린 항상 간직하며 살아 갈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맞는 크리스마스의 기대감은 별루 인것 같다.

하지만 온 누리에 사랑이 전염이 된다는건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된다.

불우한 이웃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훈훈한 성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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