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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하늘 여행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1-20 15:33:28
토요일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큰아버지 자식들을 만나

위로하며 좋게 살리라 마음 먹었다.

서울에서 먼 곳 이곳 목포까지 와 준 우리들을 위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는 상가집 풍경이었다.

여러 친척들도 눈에 띄었다.



그 다음 날 일요일 난 오후 5시에 목포에서 서울가는 기차표를

끊어 놓았는데 친한 친구가 저녁을 꼭 사주겠다며

나를 잡았다.

내일 약속이 많아서 가야 하는데...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마지 못해 친구랑 밥먹고 자정에 출발하는 표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친구랑 밥을 먹고 있는데

6시 30분쯤 집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할머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흔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셨던 것이다.



큰아버지 초상때문에 원주에서 스키타다가

도중에 내려온 동생은 월요일 출근을 위해

4시에 목포를 떠났는데...

서울 가는 도중에 연락을 받고

서울도착 후에 다시 목포행 고속 버스를

타게 되었다.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주말에 돌아가셔 준거라고 친척들은

나름대로 해석을 하신다.

큰아버지를 따라서 그 다음날 떠나신거 보면...



월요일 큰아버지네 출상하시고 그 날 오후 할머니 입관 예배가 있었다.

그리고 화요일 할머니가 출상을 하셨다.



눈물의 바다였던 아버지의 장례식과는 달리

호상으로 평가되는 이번 장례식...



고모들만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할머니와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어머니가 가장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이다.

할머니와 끝없는 싸움을 하셨던 어머니...

그 싸움이 드디어 끝나고 말았다.



본인 스스로 얼마나 힘들고 ...

며느리인 어머니에게 얼마나 미안하셨을까?



지금 할머니의 방엔 향을 피운 탓으로 냄새가 덜 나지만

할머니의 냄새가 묻어 있다.

벽지에도 장판에도 할머니의 흔적을 볼 수가 있었다.

할머니가 누우신 자리 밑이 아직도 누렇다.

왁스로 문질러도 그 자리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목포로 갓 상경한 할머니...

고모나 아들들에게 용돈 받은거 그리고 할머니께서

직접 남의 밭에 나가 일을 하고서 받은 일당을

잘 보관하셨다가 우리에게 맛있는거 사먹으라며

꼬깃꼬깃해진 천원 짜리 한 장을 내 손에 꼭 쥐어 주셨는데...



없이 살고 못배운 나머지 사는게 힘드셨을텐데...

젊었을 때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난 모른다.





치매 생활을 정리하시고 하늘 나라로 떠난 할머니.



이제는 볼 수 없다.



죽기위해 사는것 같다.

살기위해 죽을 결심을 하는것 같다.



입관하실 당시 할머니의 시신을 보았다.

염을 하던 광경을 지켜 보고 있으니

가슴이 멍멍해졌다.



살은 온데 간데 없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무릎관절이 펴지질 않아

구부러진 다리를 인위적으로 펴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운지...



나도 죽으면 그럴텐데...



할머니의 등에 엉덩이에 욕창이 있어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가 떠나고 없는 작은 방.



빨리 돌아가시는게 서로를 위한 길이라 믿었는데



막상 그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다.



큰 집에서 어머니는 이제 혼자서의 싸움을 하실



태세이다.



지친 어머니께서 자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린 지난 날의 할머니 생각에



아쉬움,미안함,원망...여러가지 감정의 보따리를

풀어낼 것이다.



할머니...부디 하늘 나라에서는 정말 편하게 사세요.

치매도 없고,병마도 없고...

오직 평화와 사랑만이 존재하는 그런 천국에서 부디...



할머니가 묻힌 무덤가에 찔레꽃이 만발했으면 좋겠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꽃말을 지닌 찔레꽃.

골짜기마다 개울가마다 할머니의 마음은 흰꽃이 되고

소리는 향기가 되어 찔레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김광욱 (tesstess7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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