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를 강조하는 자동차의 이미지

“잠자는 자 99%, 깨어있는 자 1%, 대한민국 1%를 위한 가치!

우리시대 최고 SUV를 대표하는 가치-렉00, 최고를 지향하는 품격과 성능이기에 단 1%의 불만족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1%의 자부심을 만나보십시오!“

한 지프형 자동차의 광고 카피이다.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귀족주의 마케팅이란 상업성에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대한민국 1퍼센트’라는 카피의 신선함이 매우 돋보였다. 그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직, 간접적으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의 1% 내에 들었다(?)’는 자부심에 흐믓해 했을 지도 모르겠다.

최근 또 다른 의미의 대한민국 1퍼센트가 화제가 되었다.

다름 아니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국민의 비율이다. 환경부가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과 환경관련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국민이 1%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스운 것은 수돗물은 식수로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떠들어대는 서울시 공무원들조차도, 대부분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보도를 볼 때, 그 1%의 사람들 중에서, 수돗물은 굳이 정수할 필요 없이, 그냥 먹어도 좋은 물이라는 생각에서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 정수기를 들여 놓거나, 생수를 사 마시거나, 보리차를 끓여 먹을 정도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정수해서 마시는 사람들이 보장하겠다는 수돗물의 수질이, 여유가 부족한 이 땅의 1퍼센트 국민들 건강을, 과연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은, 내가 너무 의심이 많은 탓일까?

한편,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평균수명이 9년 정도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왼손잡이들이 어렸을 때는 별난 습관 때문에 주위로부터 놀림을 받다가, 성장 후에는 각종 알레르기나 자가면역계질환, 우울증 등 육체적·정신적 손상으로 시달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탠리 코렌박사는 주장한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6배, 운전 중 사망할 가능성이 4배나 더 크며, 이로 인해 해마다 세계적으로 약 2,500명의 왼손잡이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왼손잡이들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이들의 불편해소를 위한 노력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위에서 컴퓨터 마우스, 우측통행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오른손잡이 위주로 고안된 생활 속의 각종 시스템과 장비들로 인해 부상과 사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왼손잡이의 비율은 세계 인구의 약 10~13%를 차지하지만 겨우 2%만이 자신들이 왼손잡이임을 시인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도 오른손은 허리 윗부분, 왼손은 허리 아랫부분을 접촉할 때 사용하게 돼 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왼손잡이 일본 여성은 이혼 사유가 됐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은 제사에 사용될 베를 짤 때 왼손을 사용하면 불경죄로 사형에까지 처해지며, 니제르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 여성들은 독살을 의심받아 음식은 오른손으로만 조리하도록 허용된다.

장애인 또한, 차별받고 살아가는 대표적인 마이너리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장애인인 우리 자신 또한, 다른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혹은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우리가 베풀 수도 있는 자선(慈善)이 아니라, 그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권리(權利)인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인디펜던트 리빙(Independent Living)의 관점이다.

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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