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힘들고, 만사가 귀찮을 때 지금처럼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최석윤

복지관을 다닌다. 방학 내내 종일 아이를 봐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어른에게는 자유다. 부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장애를 가진 아이와 생활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복지관을 다니면서 좋은 것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을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데려다 주고 늦은 오후에 아이를 찾으니 그만큼의 시간이 여유가 생겨 여기 저기 불려 다니는 것이 일이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란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은 늘 무겁다.

어느 환경이든 자신이 익숙해지면 바로 적응을 하는 녀석 덕분에 어디를 가도 환경적인 문제로 신경 쓰는 일은 없다. 경기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것은 뒤통수를 따갑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뒷목을 잡아 세우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래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좋기만 하다.

치렁치렁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거나, 질끈 동여맨 모습을 보고서 아이들은 아직도 여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힘든 날이 더 많아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고, 의욕도 보이지 않고, 뭐 하나 하려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녀석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왕따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저것 시켜보려는 노력은 자신의 눈에 차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려는 녀석에게 늘 외면을 당하는 듯 보인다. 선생님들이 딱히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보면 알 수 있는 일이고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답도 상당히 빨리 나온다. 그곳에서 싸움도 자주 일어나는 모양이다. 복지관을 다니면서 작은 상처들이 늘어 간다는 것을 보면서 짐작을 해 본다.

얼마 전에는 복지관에서 미술치료를 담당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면담 요청이 있었다.

“한빛이가 조금만 하면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그냥 지금처럼 살랍니다.”

너무도 단호하게 잘라 말을 하자 선생님은 잠시 머뭇거리며 다시 이어간다.

“한빛이가 의욕이 너무 없어요. 이런 경우 전문적인 학습을 통해 훈련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집에서는 어떻게 하시나요?”

“우리는 따로 치료라는 것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주변에 널린 자연환경이 다 치료도구가 되니 그렇게 나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보조만 해 줍니다.”

“그래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지금보다 좋아 질 것 같은데요”

“그러다보면 서로 스트레스 받으며 지내게 되는데 우리는 즐겁게 생활하는 것으로 만족입니다.”

“자연을 접하는 것도 좋은 학습이기는 합니다만…”

“서로 즐거우면 됩니다. 애써서 변화를 만들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장난치고, 싸우고, 화내고, 다시 장난치면서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이고요, 가르쳐서 변한다는 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모자란 대로 즐겁게만 지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어른의 결정으로 만들어 진 결과들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는 모른다. 단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과 그것이 끝을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만 존재 할 뿐이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것을 억지로 시켜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을 사귀고, 더 많은 느낌들을 가질 수 있어 그만큼 자신의 것이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행복하다. 생각이 몸과 함께 움직이는 지금은 환경이 생각과 몸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많이 비켜서 있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억지로(?) 혹은 의무감이나 관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틀이 우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금을 상대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고 하늘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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