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규모 특별사면을 실시한다. 지난 8월 12일 8.15 광복절과 건국 60주년을 맞아 경제인 74명을 포함해 총34만1864명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고, 누구나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굵직한 경제인들이 사면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을 포함해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구속되면 언론은 그들을 크게 보도를 하며, 재판 중이거나 구속 전에 이들이 언론 앞에 등장할 때면 휠체어에 타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갑자기 신체장애인이 되는 걸까하는 의문을 제기해 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영화포스터. ⓒ태원엔터테인먼트

오늘 소개할 영화 ‘눈에는 눈 이’는 앞서 말한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해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백성찬 반장을 사칭하며 현금수송차량이 털리자 백성찬 반장은 사직서를 다시 거두어 들인다. 또다시 대낮 제주도 공항에서 금괴가 사라진 이후 백성찬 반장은 조금씩 범죄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범인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김현태 사장에 대한 복수를 위해 백성찬 반장이라는 말로 체스를 두고 있다. 결국 백성찬 반장은 사건의 전말과 범인을 알게 되면서 영화 후반부엔 범인과 약속된 체스의 결말을 드러내게 된다.

안현민이 김현태 사장을 찾아와 현금과 금괴를 교환하기 전에 손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 ⓒ태원엔터테인먼트

영화 초반부에 김현태 사장 금융회사의 현금이 도난당하자, 김현태 사장은 골프채로 골프공을 때려 부하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경찰이 온다는 소리를 듣고는 바로 휠체어에 몸을 싣는다. 그리곤 경찰과 대화를 나눈다.

다시 영화 종반부에 가면 안현민과 김현태 사장이 현금과 함께 도난당한 금괴까지 찾기위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인질(안현민의 측근들)과 교환할 때도 그는 휠체어에 타고 있다. 물건을 인수하고 나자 김현태 사장은 바로 휠체어에서 일어나 물건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한다.

경찰과 만나거나 중요한 거래를 할 때면 언제나 그는 휠체어에 타고 있다.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동정을 바라는 것으로 보이며, 거래에서 이기기 위해 잠시 위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님은 왕이다' 영화포스터.ⓒ조우필름

휠체어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며, 수동과 전동으로 나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정치인과 기업인은 본 적이 없다. 앞으로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전통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면 어느 누구도 그에게 조금이나마 동정심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휠체어를 타고 나올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평생 한 번도 관심도 없었고 만져보지도 않았을만한 그러한 사람들이 휠체어를 사악한 동기에 의해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손님은 왕이다’란 영화에서도 휠체어가 등장한다. 돈을 가져간 범인의 딸은 수동 휠체어를 이용해서 치료비의 남은 돈을 다시 가져다준다.

한국에서 전동휠체어가 실제로 상당수 보급된 2007년으로 파악되는데도 그 먼 곳에서 수동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물론 전동휠체어를 구입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전동휠체어 보급 시기를 고려한 영화를 제작했으면 한다.

쏘우 2 영화포스터. ⓒ(주)미로비젼

이와 함께 앞으로는 영화 속에 전동휠체어가 많이 등장해야 한다. 물론, '쏘우 2'라는 영화에서는 전동휠체어가 살인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찰을 유인할 때 전동휠체어를 원격조정한다. 본인이 자주 이용하며 잘 알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해서 살인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등장하는 전동휠체어는 진정한 의미의 자립과 향후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을 예상하게 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관객들은 장애인보장구가 영화 속에서 어떤 소품으로 등장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조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지나가는 장면. ⓒ스폰지이엔티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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