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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나의 고정관념

<인사이드 아임 댄싱>을 보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7-28 09:50:19
중증 장애인의 자립생활의 실제를 맛볼 수 있는 영화 <인사이드 아임 댄싱>.ⓒ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중증 장애인의 자립생활의 실제를 맛볼 수 있는 영화 <인사이드 아임 댄싱>.ⓒwww.amazon.co.uk
장애인과 관련된 영화는 항상 제목만으로 영화 내용을 짐작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장애인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더욱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처음 <인사이드 아임 댄싱>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상상을 했다. 주인공이 댄스에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장애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결국 성공하는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영화는 나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참 제목 잘 지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영화. 그리고 결국 난, 제목에 대한 나의 상상을 장애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라고 고백한다.
제목을 듣고 그저 그런 댄싱영화로 오해했지만 장애에 대한 고민을 묵직하게 담고 있다ⓒ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제목을 듣고 그저 그런 댄싱영화로 오해했지만 장애에 대한 고민을 묵직하게 담고 있다ⓒwww.amazon.co.uk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장애에 대한 나의,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부수어 버린다. 장애인은 시설에서 국가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이 영화는 '중증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함께 살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그리고 단지 고정관념의 파괴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한다.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www.amazon.co.uk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은 전체 줄거리에서도 충분히 나타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뇌병변장애인과 목 위와 손가락 두 개만 움직일 수 있는(그래서 대화에 능숙한) 근육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또다른 장애인,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자립해서 살아간다. 모금한 돈을 가지고 술집에서 술도 마시고 이성과 데이트도 한다. 자신들이 직접 면접을 통해 활동보조인을 선택하고,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용하기도 한다. 물이 좋아서 잘 나가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에 들어가 춤도 춘다. 자신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동네 아이들과 전동휠체어를 타고 경주도 한다.
마이클과 로리는 면접을 통해 활동보조인을 선택한다. 자기결정권의 완벽한 구현이라고나 할까?ⓒ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마이클과 로리는 면접을 통해 활동보조인을 선택한다. 자기결정권의 완벽한 구현이라고나 할까?ⓒwww.amazon.co.uk
물론 두 손가락 밖에 움직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자동차를 운전 했을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그는 자동차를 과속으로 운전한다. 과속운전을 했는데 자신을 구속하지 않는 것도, 자살하려고 하는데 다리에 난간을 만든 것도 차별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영화의 모든 내용은 나의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부수어 버리는 내용들이다. 단 하나, 사랑만큼은 고정관념을 깨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한다. 비장애인인 활동보조인과의 사랑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것으로 영화는 타협한다. 아니 친구조차도 될 수 없다는 식으로 유독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은 단단하다.
선한 의도든 악한 의도든 차별은 차별이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선한 의도든 악한 의도든 차별은 차별이다 ⓒwww.amazon.co.uk
내용 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는다. 영어가 짧아 자막에 의존해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음악 소리’ 라든지 ‘차 소리’ 등 대사 이외의 소리들을 설명해주는 해설자막이 등장했는데 참 낯설고 불편했다. 그래서 대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눈치 없이 영화 보는 중간에 옆자리 관객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내가 봤던 영화는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자는 유니버설 디자인 이념이 반영된 것으로 대사자막과 소리해설 자막이 함께 들어있는 바람직한 형태였지만 평소 대사만 나오는 자막에만 익숙했던 탓에 영화관람이 불편했던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나는 청각장애인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근육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인데도 말이다.
소리해설 자막이 포함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새롭고도 낯설었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리해설 자막이 포함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새롭고도 낯설었다. ⓒwww.amazon.co.uk
물론 청각장애인의 현실이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 2005년 한국영화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 시범사업’의 제1호 상영작 <안녕, 형아>를 시작으로 현재에는 한글자막과 화면해설 상영을 하는 영화관이 전국에 9개로 늘어났으며, 이와 관련된 법도 추진 중이라고 하고 지역별로 수화통역센터를 만들어 청각장애인들이 언제든지 수화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청각장애인은 참으로 많은 소외를 당하고 있다.
2005년 한국영화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 시범사업 제1호 상영작 <안녕, 형아>. ⓒMK 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005년 한국영화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 시범사업 제1호 상영작 <안녕, 형아>. ⓒMK 픽쳐스
현재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전국에 137개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정신적 장애(아동 중심)와 신체장애 중 지체장애 및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복지관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10개도 안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청각장애인복지관을 더 지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의 부당한 차별과 맞서 싸워서 이긴 청강문화산업대 안태성(만화창작과) 전 교수와 그의 아내 이재순씨.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학교측의 부당한 차별과 맞서 싸워서 이긴 청강문화산업대 안태성(만화창작과) 전 교수와 그의 아내 이재순씨. ⓒ에이블뉴스
청각장애인의 더욱 안타까운 사례들도 뉴스에 흔히 등장한다. 청각장애인들은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둔갑하기도 하며 조사과정 중 온갖 욕설로 모욕을 당하기도 한다(박기현씨 청각장애 3급). 또 무능력한 만화창작과 청각장애인교수라며 해고되기도 했다. 학교 내에서 차별을 받아왔으며, 동료교수들이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도 크게 한몫 했다고 한다(안태성 전 교수, 청각장애 4급). 물론 아시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고 미사를 집전하고 있기도 하다. (박민서 신부, 청각장애)
‘나는 춤춘다, 내 안에서’라는 제목의 의미가 세상 밖으로까지 확장되기를 바란다 ⓒwww.amazon.co.uk 에이블포토로 보기 ‘나는 춤춘다, 내 안에서’라는 제목의 의미가 세상 밖으로까지 확장되기를 바란다 ⓒwww.amazon.co.uk
다시 영화를 생각해본다. 영화제목에서처럼 이들은 내면에서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근육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 두 영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들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춤을 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나의 고정관념이다. 사소한 불편 하나로 뜻하지 않는 체험을 하고 나서 나는 스스로가 좀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겪으며 열심히 고민하다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뼘이라도 넓어질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고마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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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혁철 (docurm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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