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부천시민통일문화제의 일환으로 새터민들과 함께 영화보는 행사가 열려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주민들과의 평화로운 소통을 위해 ‘크로싱’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필자가 그렇게 많은 새터민 분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영화시작 전에 북한 내 심각한 식량위기의 실상도 들을 수 있었다. 새터민 한 분이 직접 앞에 나와 남한으로 오기까지의 힘든 여정을 설명해주었을 때는 ‘정말 그랬을까’라며 놀라는 분도 계셨고, 이런 시간들을 통해 서로가 조금씩 가까워 짐을 느낄 수 있었다.

새터민 분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옆에 앉아 있었으며, 그 영화를 보면서 가까이에 계신 분들과 대화를 주고 받거나 흐느끼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크로싱 포스터1ⓒ캠프B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 소개할 영화는 '크로싱'이라는 영화다. 최근 새터민을 다룬 영화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다수의 작품들이 재미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크로싱은 다른 영화들과 달리 북한 탈출 과정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작 기간 4년여동안 탈북 관련 기사자료, 새터민 인터뷰, 북한 다큐멘터리 등 자료를 활용하고 실제 탈북자의 시나리오 검수 과정까지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크로싱 포스터2ⓒ캠프B

좀 더 영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려고 한다. 전직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는 임신한 아내가 페결핵에 걸리자 북한에서 약을 구할 수 없음을 알고 북한을 힘들게 탈출한다. 중국에서 벌목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았지만, 불법현장이 중국공안에게 발각되면서 돈을 잃고 쫓기게 된다. 그러다가 인터뷰만 하면 돈을 준다는 말에 속아 북한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 남한으로 내려와 정착해서 살게 된다.

그동안 아내는 병으로 죽고 혼자 남게 된 아들은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남한에서 브로커를 통해 가족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들의 만남은 우여곡절을 겪으면 엇갈린다.

이 영화를 통해서 북한의 식량문제와 탈북하는 새터민의 어려움, 그들의 탈북하는 과정 등을 알 수 있다. 물론 탈북문제 보다는 부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아들 준이는 미선이와 함께 북한을 탈출하려다 붙잡혀서 어딘가로 끌려가 고초를 겪고 있는 장면ⓒ캠프B

지금까지의 영화에 대한 필자의 글을 보면 이게 무슨 장애인과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부분이지만 이 영화 속에 장애인은 등장한다.

주변인물로 아버지 용수가 북한을 탈출해 중궁에서 아내 용화의 폐결핵 약값을 벌기위해 벌목장에서 일을 할 때 허드렛 일을 하는 정신장애인, 그리고 아들 준이가 브로커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 동행한 정신장애인이다.

벌목장에 일을 할 때 만난 정신장애인의 경우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주변인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탈북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게 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거기에 갔다 온 후부터 정신적 장애가 생겼다는 것.

결국 정신장애인 한명을 등장시킴으로써 탈북하는 과정에서 잡히게 되면 다시 북한에서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또한 그를 통해서 혹시나 준이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곳에 들릴지도 모른다는 암시까지 할 수 있다.

두 번째, 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 동행한 정신장애인의 경우 아들이 너무 쉽게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방해하고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인물로 등장한다. 정신장애인 한명을 또 다시 등장시킴으로써 새터민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의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모정까지 전달해 주면서 관객들은 아버지가 준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을 미리 가늠하고 그 아픔에 대한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게 해준다.

남한으로 와서 처음 준과 통화하면서 아버지가 울고 있는 장면ⓒ캠프B

이처럼 정신장애인 두 명을 등장시킴으로 인해 새터민들이 탈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영화에서 감독이 의도한 바를 담아내는 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4년여의 제작기간이 짧아서였을까? 아무튼 지금도 북한에서 겪고 있는 식량 문제, 탈북문제에만 일관성 있게 집중하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며, 결국 탈북문제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장애인이 주인공 역을 맡거나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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