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포스터. ⓒKM컬쳐

지적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아니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직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이 사회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 최근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지적장애인들은 더욱 직업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소개할 영화 ‘허브’는 지적장애인의 취업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면접관들이 장애인 채용 신청서를 보고 있는 장면. ⓒKM컬쳐

영화 ‘허브’는 2007년 1월에 개봉한 영화로 지적장애인이 등장한다. 지적장애인 상은이는 엄마와 함께 꽃집을 하며 살고 있다. 행복하게만 보이던 이들에게도 아픔은 다가온다. 상은이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경험을 하며 병원에 다녀온 엄마는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엄마는 상은이를 위해 커다란 박스에 짐을 싸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은이를 위해 이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지적장애를 가진 상은이의 세상살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보다 더 나중에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부모로서 상은이의 우산이 되어주던 부모가 떠나면 이들은 이제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상은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상은이의 사랑은 쉽게 찾아왔지만, 현실은 바로 이별을 선고한다.

그렇다고 상은이가 온전히 홀로 설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지적장애는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조금 늦은 것, 조금 더 힘이 드는 것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지적장애인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 채용면접에서 종이접기 시범을 보이는 사진. ⓒKM컬쳐

상은이는 포장하기와 종이접기를 잘하며, 놀이기구 타는 것도 좋아한다. 이것을 직업으로 연결시켰으면 한다. 이들이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상은이는 정말 귀엽고 예쁘며 날씬하기까지 하다. 모델이 되어도 좋다. 아니 영화배우 직업을 가져도 된다.

제8요일 포스터. ⓒ워킹 타이틀 필름즈

영화에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장애인 역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비장애인이다. 물론 ‘제8요일’처럼 장애인도 주인공인 영화배우로 등장하고 있지만, 몇 개 안되는 영화들임에도 대부분 조연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혜정 영화배우가 아닌 지적장애인 중에서 그 역할을 맡아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적장애인의 일자리창출과 동시에 영화 속 장애인의 모습이 더욱 더 사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차상은 역을 맡았던 강혜정을 비롯해서 수많은 영화배우들이 장애인역할을 하기 위해 복지관에 가서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봉천 9동 포스터. ⓒ 푸른영상

최근 지적장애인이 영화배우 뿐만아니라 영화관련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봉천 9동’이라는 영화다. 지적장애인들이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감독을 하고 음향, 조명, 그리고 영화도 촬영한다. 또한 지적장애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다수가 조연으로 참여한다. 오히려 지적장애인들이 사는 세상에 비장애인들이 주변인으로 등장하는 느낌까지 받는다.

말아톤 포스터. ⓒ시네라인㈜인네트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취업을 위한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은 공동작업장에서 일을 하지만 썩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인물 배형진군도 정부가 고용촉진장려금을 줄이게 되면서 회사에서 퇴직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정부가 장애인고용촉진장려금을 줄였기 때문에 지적장애인들은 그나마 있던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장려금의 대상을 확대하고 금액을 더욱 높여야 한다.

그리고 지적장애인들에게 산업사회에서나 환영받았을 정도의 직업을 훈련시켜서는 안 된다. 지식정보사회에서 그들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분야의 취업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직업전환교육센터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취업 후 직장생활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이 취업을 했다고 해서 장애수당을 중지하거나 수급자에서 바로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직업에 대해 숙련되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가 뒤따라주어야 한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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