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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을 보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5-19 13:24:05
영화포스터. ⓒ(주)유레타 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화포스터. ⓒ(주)유레타 픽쳐스
어렸을 적 하던 놀이 중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가 있다. 술래는 눈을 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외친 뒤 뒤를 돌아보는 동안 친구들은 조금씩 술래 가까이로 이동하는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로만 알았던 그 놀이가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오늘 소개할 영화에서도 아이들은 이와 아주 유사한 놀이를 하고 있다. 이 놀이가 공포환타지 영화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시몬이 사라지자 동굴에 있을거라며 동굴로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넘어진 로라와 남편 카를로스. ⓒ(주)유레타 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몬이 사라지자 동굴에 있을거라며 동굴로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넘어진 로라와 남편 카를로스. ⓒ(주)유레타 픽쳐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이다. 보육원에서 자란 로라는 30년이 지난 후 남편 카를로스와 아들 시몬과 함께 지금은 대저택으로 변한 그곳으로 다시 돌아와 장애아동을 위한 기숙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들 시몬은 이곳에 친구들이 살고 있다며 혼자서 이상한 놀이를 즐기며, 나중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자신의 출생비밀과 죽게 될 것을 그 친구들로부터 알게 된다. 로라는 이런 시몬을 위해 집에 장애아동을 초대한 날 시몬이 사라지게 되면서 이 영화는 환타지와 공포를 반복하게 된다.

가면을 쓴 또마스의 모습. ⓒ(주)유레타 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가면을 쓴 또마스의 모습. ⓒ(주)유레타 픽쳐스
이런 반복의 중심엔 또마스라는 안면 장애를 가진 친구가 한명 있다. 로라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30년 전 보육원 안에서도 가면을 쓰고 다녔으며 지하 독방에서 혼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친구다.

로라가 입양 간 이후에 하루는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이 장난치려고 동굴로 데려가 가면을 벗겼는데 동굴에서 나오지 않았고 얼마 후 익사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만일 모든 친구들이 가면을 쓰고 있었더라면 지하 독방에서 혼자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며, 다른 아이들은 그러한 장난도 치지 않았을 것이다.

보육원의 전경. ⓒ(주)유레타 픽쳐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보육원의 전경. ⓒ(주)유레타 픽쳐스
우연이겠지만 시몬이 사라졌던 날 로라는 초대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가면을 씌운다. 물론 로라의 의도는 서로의 모습에 대해 어떠한 편견도 갖지 않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하루를 축제처럼 즐겁게 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몬이 사라져 찾고 있는 로라에게 또마스의 가면을 쓴 친구가 나타났으며, 로라를 욕실에 가두고는 달아난 것이다. 로라는 모두에게 가면을 씌움으로써 또마스가 가면을 쓰고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이로 인해 관객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로라는 초대한 모든 아동의 가면을 확인하면서까지 시몬을 찾지만 시몬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 이후 아무리 찾아다녀보았지만 9개월이 지나도 찾을 수 없었다.

로라가 시몬을 찾으려 노력하는 동안 관객은 또마스가 살아 있을지도 모르며, 시몬까지 데려갔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더구나 시몬이 사라진 날, 누군가 또마스와 똑같은 가면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혹시라도 30년 전 또마스의 익사체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결국 장애인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서까지도 범인일 수 있겠다는 환타지와 공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공포환타지 영화의 핵심인물이 장애인이 아니면 안 되는 걸까? 그래야만 조금 더 공포스럽고 환타지적인 영화가 되는 걸까? 더 이상 관객들에게 잘못된 공포나 환타지를 제공해주어서는 안 된다.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차라리 장애인관련 제도나 정책을 바꾸어낼 수 있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장애인이 등장하는 게 낫다. 아니면 최근 개봉한 아이언 맨의 주인공으로 장애인이 등장해보는 것도 괜찮다. 평상시엔 평범한 장애인이지만 지구의 위기가 오면 가면을 쓰고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작은 보육원조차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매년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만약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한다면 로라가 했던 것처럼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그날은 가면을 쓰고 함께 어울려 축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로서 로라와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 장애아동을 위한 기숙학교를 하려고 이들을 초대한 날 시몬이 사라지자, 로라는 ‘내가 내 자식도 못 돌보는데, 누가 자기 아이들을 맡기겠어?’라고 말한다.

나도 또한 마음 한쪽 구석이 싸늘하다. 부족한 아빠로서 내 자식도 못 돌보면서 사회복지 일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한데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 자녀들과 함께 모두 가면을 쓰고서 신나게 놀고 싶다.


칼럼니스트 권혁철 (docurm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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