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나

지난 6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제로 열린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하 최 위원장)도 참석을 했다. 언론에 보도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린다면,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은 장관급이고, 옛 정보통신부의 집행기능도 포괄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한다.

최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후견인을 자임해 왔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친구로 알려져 있어 국무회의 참석에 토를 다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 문제는 넘어간다. 그보다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과 관련하여 최 위원장이 “방송심의위원회가 최근에야 구성되어 앞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시민단체는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하여 강하게 반대를 해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통령과 친분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독립성이란 주춧돌을 드러내고 대통령의 직속 기구로 변질된 상태였다.

또한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자율과 경쟁이라는 시장논리를 방송과 통신영역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있었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중을 최시중씨는 잘 알고 있고, 이를 시행해 나갈 사람으로 언론·시민단체는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시민단체의 이러한 반발을 위식해서일까, 취임사에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강조했다.

그런데 취임사에서 했던 말과는 달리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그의 발언은 방송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삼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으며, 방송심의위원회를 정치적인 성향이 맞지 않는 방송을 감시하는 기구로 악용하겠다는 취지로 밖에 볼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의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것인 만큼,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경우에 따라 비판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하여 당연한 것이 아닌가. 지난 80년대 BBC의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하여 유럽의 광우병을 잡았던 선래가 그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실세로서 현 정권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진언을 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언론을 입막음하고, 방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삼겠다는 듯 한 발언은 최 위원장이 방통위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대목이다.

▷ 말-둘

같은 날 최 위원장은 서울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디지털포럼 오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방송과 통신 관련 법률을 통합법 체계로 개편해 규제의 동질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라고 했다. 또한 “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제도 활성화, 자막방송 편성 확대 등을 모든 국민들이 한 단계 높아진 방통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언 듯 듣기에는 방통융합 환경에서 소외계층의 문제에 투자를 함으로써 공익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송과 통신의 통합법체계로 가는 것과 방송소외계층에 대한 방송복지(복지라는 말 또한 시청자를 수혜자로 보는 태도이므로 문제가 있다)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모순이 있다. 최 위원장의 추진하는 통신정책이 사업자간 경쟁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쟁구도의 통신시장에 방송을 묶는다면 방송 또한 시장의 논리에 갇혀 방송의 철학인 공공성과 공익상의 잣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추진하는 정책대로라면 정황상 이러한 상황이 올 터인데 어떻게 방송소외계층의 복지를 강화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아니 어쩌면 방통위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상파방송에서 공영방송이나 신규매체에서 특정 채널에 한정하여 방송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를 제공하고, 장애인 등에 대한 일반적인 방송의 권리는 내팽개쳐 버리는 정책 말이다. 이는 방통위를 매도하기 위하여 하는 말이 아니다.

근거가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방송협회 등 방송관계자들이 방송에 장애인 접근권을 의무화 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을 정부에 꾸준히 제시했고, 과거 방송위원회는 방송사업자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이에 부화뇌동하여 현행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영세사업자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아인 협박의 내용을 언론에 계속 흘리지 않았던가. 이러한 상황에서 최 위원장이 업계의 목소리를 누르고 장애인의 보편적인 미디어권을 담보하려고 모험을 하겠는가.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방송과 통신에서의 장애인 권리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인수위원회에서, 국회를 거처, 현재에는 광화문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진정으로 방송소외계층의 미디어권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1인 시위를 통하여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같이 현재와 같은 무분별한 방송과 통신정책의 일원화 추진은 안 된다. 방송에서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잣대를 기존의 매체만이 아니라 신규 매체도 적용될 수 있도록 강화하고, 통신에서의 보편적서비스의 이념 또한 확장시켜야 한다. 또한 시장논리로 밀어붙이는 현재의 방송통신 정책 또한 수정되어야 한다. 자막방송을 몇% 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인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인수위원회가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획일적으로 분리시켜버린 방송소외계층과 정보통신소외계층의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과거 방송위의 제안에 따라 방통위의 구성을 미국의 FCC를 모텔로 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진정으로 방통위를 FCC를 모델로 삼으려면 FCC에서와 같이 정보통신 소외계층을 다루는 부서를 만들고, 관련 정책을 방통위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최 위원장이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그가 가지고 있는 실세로서의 권력을 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드는데 사용하지 말고, 행정안전부로 넘어간 방송통신소외계층의 업무를 방통위로 가져오는데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방송·통신융합에서 장애인의 권리확보를 위해 시작한 1인 시위가 70여일에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1인 시위라는 작은 몸짓이지만 장애인들의 권리 훼손을 막는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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