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 투표율. ⓒ한겨레신문

지난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주최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제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총선 투표율은 지난 1988년에 치러진 13대에 78.8%에서 14대(1992년) 71.9%, 15대(1996년) 63.9%로 떨어지다 16대(2000년)에는 57.2%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4년 치러진 17대 때에 투표율이 60.6%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총선에서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2월 22~26일) 전국 12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바에 의하면 이번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겠다고 의향을 밝힌 사람이 61.4%이지만, 선거가 50일 정도 남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표율은 ‘50% 초반’대로 예측하고(한겨레, 2008.3.7) 있다.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대표성이 결여된 소수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에 위기를 맞게 된다.”라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토론자의 말처럼 떨어지는 투표율은 우리나라 민주정치를 지속적으로 실현하는데 있어서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이러한 시기에 선관위가 주최한 토론회는 매우 적절하였다고 본다. 이 토론회에서 참석했던 토론자들은 투표율 향상의 방안으로 정치인 자질을 향상, 정책선거의 강화, 후보자의 정보제공, 투표소의 편의성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 졌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논의 속에서 장애인 등 정치소외계층의 참정권 행사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선관위나 토론자들이 국민의 투표율 향상을 위하여 고민하면서도 사회 구성원의 하나인 정치소외계층의 참정권 환경마련과,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이 부족한 것에 대하여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들어 도우미 지원, 편의시설 개선 등 장애인을 위한 투표장소 접근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투표소 마련 등으로 아직도 자유로운 투표를 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러한 투표 장소에 대한 접근은 접어두고라도 후보자나 정당의 공약과 정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접근은 아직도 취약한 실정이다. 더욱이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선거활동기간 중에만 규제를 하고 있어 예비후보보자들의 정보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을 담보할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16대 총선부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인터넷 선거활동에 대한 접근이다.

지난 15대 대통령 선거(1997년) 때 선관위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지지후보 결정에 TV가 영향을 주었다고 대답한 응답자 81.1%라고 나온바 있다. 하지만 지난 17대 총선(2004)에서는 선거 당락요인을 조사한 내용 가운데 당시 다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51%가 인터넷이 선거활동에 ‘도움이 됐다’라고 답했을(오마이뉴스, 2004. 4. 28) 정도로 인터넷은 선거활동에 있어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작년에 치러진 17대 대통령 선거 때 당시 이명박 후보가 “인터넷으로 빼앗긴 정권, 인터넷으로 되찾겠다.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다”라는 내용의 동영상 메시지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내보냈던 사례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인터넷이 선거운동 도구의 하나라는 것은 선거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선거법 제82조의4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명시하여 인터넷 등 망을 통한 선거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법이나 선관위 선거정책 어디에도 온라인을 통한 장애인 참정권의 내용은 없다. 이러한 문제로 지난 17대 대선후보자들의 홈페이지는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하여 이미지나 플래시로 만들어져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을 막는 것은 다반사였다. 또한 동영상 대부분도 자막이나, 수화, 장면해설 서비스를 하지 않아 청각이나 시각장애인들이 접근을 어렵게 한 것 또한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대선 후보자 캠프마다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장애인·노인 등이 정보통신을 자유롭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터넷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이 지난 2005년 말 국가표준으로 채택된바 있다. 국가표준으로 채택된 웹 접근성 지침에는 ‘텍스트 아닌 콘텐츠 중에서 글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는 해당 콘텐츠가 가지는 의미나 기능을 동일하게 갖추고 있는 텍스트로도 표시되어야 한다.’, ‘영상매체는 해당 콘텐츠와 동기화 되는 대체 매체를 제공해야 한다.’, ‘제공되는 모든 정보가 색상을 배제하더라도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는 등 장애인의 인터넷 접근에 필요한 조치와 웹의 운용, 이해의 용이성, 기술적 진보성에 따른 서비스의 조치 등의 내용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캡처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선거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치 풍토를 개선하여야만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있어 참정권 행사는 정치풍토의 개선 만으로는 안 된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 정보접근과 물리적인 접근, 정치참여의 환경마련이 종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선관위는 투표율의 수치만 높인다는 단기적인 정책이 아닌 국민의 정치참여를 한 단계 높이는 정책을, 그러한 정책의 하나로 장애인들의 정치참여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개발을 당부한다. 이를 위하여서 등록할 총선 후보자들의 홈페이지에 장애인들이 접근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들이 자유로이 참정권을 행사하고, 각종 선거관련 정보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보나 정보매체의 접근과 이용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도 진행하여야 한다.

또한 장애인의 참정권 문제는 선관위의 문제만이 아닌 각 정당과 총선 후보들 또한 같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장애인 정책이나 공약을 가시적인 것만이 아닌 방송과 정보통신 융합시대,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으며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보접근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 즉, 후보자의 홈페이지 접근을 위한 노력과 함께 보편적으로 접하는 웹을 비롯한 정보, 방송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책과 공약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의 정치의식을 높이고 장애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장애인 비례대표 10% 할당제와 장애인 정치보조금지원 등도 각 정당 정책의 하나로 도입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