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한 단체의 소개로 소년소녀가장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소년소녀가장이라 해서 청소년을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다 초등학생들이었다. 대부분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들이었는데 3,4학년 어린이들도 있었고 1,2학년 어린이들도 여럿 있었다.

함께하며 그 아이들의 사정 얘기를 들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부모가 어떻게 된지도 모른 채 형이나 누나와 함께 사는 경우,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사는 경우도 있었고, 버려져서 혼자 사는 예도 있었다. 부모가 이혼하고 서로 양육을 포기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부모의 재혼으로 새로운 가족을 맞아 적응하지 못하고 나와 사는 어린이도 있었다.

소년소녀가장 어린이들, 처한 어려움들 때문에 어딘지 침울할까 생각 하지만 보통 어린이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면 깔깔거리고 웃고 주의를 모으기 위해 초콜릿 상품을 걸면 열심히 듣고 따라하고… 간단한 게임도 너무 재미있어 했다.

쉬는 시간, 한 어린이와 함께 화장실에 갔다. 그 어린이는 내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밖에 서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나를 돕기 위해서다.

어린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지만 내가 겪은 아픔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상처 입은 마음은 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며 위로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어린아이들이지만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할 때면 정말 진지하게 경청했다.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또 심각하게 두 시간을 보냈다. 헤어질 시간, 아이들이 몰려들어 떨어지려하지 않았다. 몇몇 아이는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데 아주 작은 크기의 사탕들, 그리고 캬라멜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또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무언가는 나눌 수 있고.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것이지만 큰 느낌을 함께 줄 수 있으며 가장 소중한 선물도 될 수 있다.

가까운 고아원이나 양로원 어디면 어떨까? 올해가 가기 전에 그들과 함께 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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