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나는 강연의뢰를 받고 지방의 한 장애인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다녀왔다. 마침 같은 행사에 초청된 휠체어장애인과 함께 동행 하게 됐는데 참 기분 좋고 느낀 점 많은 시간이었다.

당일 아침, 시각장애인인 나는 복지콜을 이용하여 공항으로 이동했다. 복지콜은 시각장애인과 신장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택시로 요금이 일반 택시요금의 45%수준으로 저렴한 대신 콜을 신청해서 연결이 되지 않으면 20분 후에 다시 신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지체장애인인 그 분은 자가용을 운전해 공항까지 왔다. 그 분은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쓸 수 없었지만 양팔로 운전이 가능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온 것이다.

공항에는 시각장애인인 내가 먼저 도착했다. 공항까지는 혼자 이동해야 했으므로 조금 헤맬 걸 생각해 일찍 나섰기 때문이다.

티켓팅을 하고 기다렸다가 그 분께 연락하니 그 분은 “내가 볼 수 있으니 찾아가겠다”고 했고, 나는 매점 앞에 서 있겠다고 했는데 이게 그분을 골탕먹인 꼴이 됐다. 그분은 나를 찾아 한참을 헤맸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내가 서있던 곳은 매점이 아니라 자판기가 여러 대 있는 곳이었다.

비행기를 이용 할 때 지체장애인은 또 다른 불편함이 있었다. 비행기 좌석 사이 통로가 좁아 그분의 휠체어는 지나 갈 수 없는 관계로 불편을 무릅쓰고 기내용 휠체어로 갈아타야만 했다.

강연 할 때, 그 분은 낮은 탁자를 놓고 휠체어에 앉아서 나는 일반 강대상에 서서 점자 메모를 참고하며 했다.

학창시절 그 분은 어머니 등에 업혀 등하교를 했다고 했다. 칠판글씨가 보이지 않게 된 후 나는 옆에 친구가 읽어 주는 걸 노트에 받아 적어가며 공부 했다. 새삼 느낀 것이지만 장애인이라도 유형에 따라 그 불편함이 전혀 달랐다.

이제 우리 장애인들도 서로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노력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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