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시인들은 떨어지는 낙엽에서 시상을 떠올리고 주말이면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보러 집을 나서는 행락객들의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마비가 된다.

헌데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가을의 정취와는 무관한 사람들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시각장애인도 얼마든지 가을을 느낀다.

물론 시각장애인은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단풍이 수놓인 산의 공기, 그걸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서늘한 바람과 어느새 따뜻하다 느껴지는 햇볕에서 가을을 느낀다.

문제는 눈으로 가을을 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막상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함께 할 가이드가 필요하고 경비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은 형편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많다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장애인들도 삶의 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한다.

그렇지 않아도 장애라는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하는 우리 장애인들이다. 비장애인들보다 더 많은 생활의 활력소가 필요하다. 비장애인보다 많은 여가 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깊어가는 가을,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 장애인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헌데 떠들썩한 가을 가운데서 또 다른 소외를 느껴야만 하는 게 대다수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피부에 와 닿는 장애인 대책, 계절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져서 우리네 장애인들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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