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4일은 점자의 날 이다. '점자'는 우리 시각장애인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지만 나같은 중도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감상을 갖게 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호기심 많고 뭐든 배우기 좋아하는 나도 끔찍히 멀리하고 싶었던 게 바로 점자다.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쓰는 것이고 점자를 하게 되면 정말(?) 장애인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장애인이란 사실을 그만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진정한 재활은 장애인이 된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부터 시작 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점자를 배우는 건 재활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장애를 인정하면서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고 점자를 배워 사용하기 시작한지 어느 덧 20년이 되었다.
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께서 창안하여 1926년 11월 4일 반포한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훈맹정음'이라 할 만큼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한글 점자는 초성과 중성,종성을 가로로 풀어 쓰는 원리로 구성된다. 같은 ㄱ, 같은 ㄴ이라 할지라도 초성과 받침이 중간의 모음을 중심으로 모여 한 글자를 완성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식별이 용의하다. 또 합리적인 약어와 생략 법칙 등 한글 원리와 쓰임이 고려되고 적용된 과학적인 글자 이다.
이렇게 훌륭한 시각장애인의 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점자를 활용하는 시각장애인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의 나 처럼 장애인인 현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점자를 기피 할수도 있고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엄두를 못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한글점자는 매우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배우기 쉽고 재활과 문화인으로서의 삶을 위해서도 점자는 꼭 필요하다.
요즘은 배울 수 있는 곳도 많아져서 가까운 지역 복지관을 통해 비교적 쉽게 배울 수도 있다.
나 역시 점자를 멀리하다가 점자를 통해 재활을 경험한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용기내서 점자를 배워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쪼록 올해로 반포 81주년을 맞는 우리의 한글 점자가 더욱 발전하고, 보다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명실상부한 훈맹정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