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새옷, 좋은 음식에 새삼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고 흩어져 살던 일가 친척들이 함께 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즐겁고 화기애애한 시간들을 보낸다.

헌데 우리나라 주부 중에는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고, 예민한 분은 명절 두어 주 전부터 스트레스로 인한 좋지 않은 증세가 나타난다고 하니 마냥 즐거운 기분만 떠올릴 건 아닌 듯 하다.

시각장애인들도 명절이되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이상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일가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일가 친척이다 보니 목소리가 비슷한 분들이 많고 말투까지 비슷해서 다른 분으로 착각하기 십상 이다.

어린 조카 녀석들, 이름 한 번 잘 못 부르면 까르르 거리며 재미 있다고 야단인데 철없는 아이들이야 재미 있을런지 모르지만 실수한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식사 할때 찬이 많은 것도 문제(?)다. 일일히 위치를 확인하기도 그렇고 앞에 있는 것 한 두 가지만 먹고 있기도 뭐하다. 이런 경우 옆에 앉은 가족이 각각의 음식 위치를 자연스럽게 한번 알려주고 음식의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좋다.

이런 것들 이상으로 명절이 부담스러운 건 바로 친지들간에 나누는 대화 때문 이다.

누구는 승진을 했네, 누구 아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누구 딸내미는 좋은 직장에 취직 했네...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이런 것들이 남의 일로만 여겨질 개연성이 높은 장애인들은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불편한 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다.

"명절만 되면 죄인이 된 것 같아요." 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말이다.

이런 종류의 불편함은 비단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올 추석은 서로 보다 깊이 이해하고 배려해서 소외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 없이 행복한 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