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중에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두 주연 배우가 함께 도자기 빚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사랑과 영혼'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가 내 기억에 인상 깊게 남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영화속 한 장면,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우피 골드버그가 오래간만에 외출하는데 이 때 터져 나온 관객들의 폭소가 그것이다.

당시에 나는 관객들이 왜 갑자기 웃는지 영문을 몰라 함께 갔던 일행에게 물었다. 이유인 즉, 우피 골드버그가 옷 입은 모양을 보고 웃는다는 것이다.

때에 맞지 않고 색상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을 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건데 이건 우리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범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멋, 장애인과는 상관 없는 것일까? 애초에 포기하고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와 멋있어요. 의상 누가 코디 해준 거죠?" 한 방송 출연자를 보고 방송작가분이 내지른 탄성이다.

헌데 작가로 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 그 출연자분은 시각장애인이었고 혼자 사는 분이었다. 그 분은 혼자서 그렇게 멋지게 옷을 코디해 입은 것이다.

작가는 셔츠와 양복은 물론, 센스있게 맨 넥타이까지, 출연자가 색상이 잘 조화 되게 옷을 입어서 의상 코디에 조예가 있는 분이 도와 주었을 거라고 생각 했다고 한다.

방송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임에도 옷을 잘 입는 그 분의 노하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넥타이 셔츠 양복 등의 라벨을 오려두는 방법으로 서로 어울리는 것들끼리 갖추어 입는다고 한다. 가령 검정 색상이면 라벨의 귀퉁이 한 쪽을 잘라 놓고, 붉은 색상이면 라벨의 모서리 양쪽을 잘라 놓는 등의 방법으로 나름의 표시를 해 놓고 옷을 입을 때 이런 표시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분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건 어쩌면 당연 하다.

주위를 살펴보면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자기 관리에 남보다 좀더 노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

휠체어 바퀴에 발광 장치를 해서 멋지게 꾸미는 지체장애인도 있고, 혼자서 하기에 힘든 부분은 도움 받기를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서 의상과 엑세사리를 잘 코디하는 뇌성마비 장애인도 만난 일이 있다.

이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바로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다.

내면의 성숙을 등한시하고 사치로 겉모습만을 포장하려 한다면 안될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도 고려하고 성실한 삶을 위한 한 방편으로 노력하는 것이라면, 멋을 낸다는 것 장애인도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도 나름대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리플합시다]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촉구합니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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