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마음이 감성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비오는 날 청혼을 하면 성공률이 높다고 하는데 실제로 비오는 날 청혼을 많이 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별도 많이 한다고 하니 때에 따라 잘 대처 할 일이다.

요즘은 장마철이다. 연일 비소식이다. 같은 비라고 해도 장마의 경우는 느낌이 조금 다른 듯 하다. ‘장맛비 속에 청혼한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장맛비 좋다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우리 장애인들 장마, 너무 힘들다. 장맛비는 장애인의 바깥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목발을 사용하며 우산을 쓴다는 것, 휠체어를 밀며 우산을 써야 하는 일을 생각해 보면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각장애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 손에는 흰 지팡이를,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보행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여기에 가방이라도 들어야 한다면 그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보행 할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성격과 잔존시력, 보행 능력에 따라 보행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쏟아지는 빗속에서는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헤매게 되고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내 주변의 한 시각장애인은 비오는 날 집을 나섰다가 맨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우산 대신 비옷을 착용해도 역시 불편하고, 우비위로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는 마찬가지다.

오랜 장마는 축대 등을 약화시켜 붕괴사고의 원인이 되고 수재 등 각종 재해의 원인이 된다. 재해 앞에서 장애인은 그야말로 자신이 `장애인'임을 실감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갖가지 재해 현장에서 피하지 못하거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화를 당하는 장애인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장마가 시작된 지 벌써 여러 날 이다. 내년에도 또다시 장마는 우리 곁을 찾을 텐데 장애인 중에는 극빈층으로 허름한 집에 거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 분들은 해마다 가슴을 조려야 한다. 집을 수리해 주든지, 호우주의보가 내렸을 때는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의 이동을 돕는 체계를 갖추든지, 미연에 사고를 방지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장마철 장애인 이동문제와 관련해서는 장애인의 경우 우천시 이동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활동보조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간5주년]에이블뉴스 사이트 만족도 설문조사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