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집을 나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휴가는 틀에 짜인 사회생활과 집안일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 다녀와서 "집에 있는 게 제일좋은 피서야. 바가지쓰고 인파에 시달리고..." 라고 하지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 산으로 가볼까? 바다가 좋을까? 고민하는 것을 보면 `휴가'는 역기능 보다는 순기능이 많은 듯 하다.

그런데 `휴가'가 사치스럽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사실 아직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먹고 살기 바빠서 휴가는 생각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고 휴가란 게 바다나 산 등 여행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는 장애인들이라도 이동 문제,휴가지에서의 불편함 등을 생각하여 지레 포기하게 되는 예가 많다.

그런데 휴가가 비장애인에게 있어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기회가 된다면 우리 장애인에게는 또 하나의 재활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해야 한다.

시각장애는 다른 유형의 장애와는 또 달라서 일단 장애를 갖게 되면 일상생활부터 점자라는 형태로 한글까지 다시 배워야 한다. 그 중 특히 어려운 게 보행이다. 나 역시 그 과정을 거쳤다.

몇년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시각장애인 한 분이 흰지팡이 하나 들고 휴가를 떠난다고 한 일이 있다. 이 분의 시력은 빛조차 구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역시 빛도 볼 수 없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산과 바다를 둘러 본다고 떠난다는 것이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이 분의 보행능력이 아니다. 보행을 잘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 즉 보행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하다 싶으면 머뭇거림없이 나서는 그 자세이다.

우리 장애인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러한 태도가 아닌가 한다.

이런 저런 어려움을 생각하고 그에 따르는 걱정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과 그 어려움에 맞서 당당히 나서는 사람, 그 인생의 결실들은 둘의 태도가 상이한 만큼이나 다를 것이다.

휴가 하나를 생각해도 이렇듯 그 의미를 고려하게 되는 것. 이것이 우리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목적지 까지의 이동, 안전사고, 숙박시설의 편이성, "보이지도 않는데 구경해 보아야" 하는 부정적 생각 까지, 이것 저것 걱정되고 머뭇거리게 만드는 일들도 너무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서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지금 가까운 복지관 등에 연락해 보기를 권한다. 여름철 캠프 등을 준비하는 복지관도 있고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나 모임 등을 소개 받을 수 있다. 또 친구, 동료들과 함게 한다면 적은 부담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친인척과 함께하는 휴가를 계획하는 것도 좋겠다. 일가 친척 가운데 장애인은 한 두 사람,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 중에도 장애인에 대한 야릇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함께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간단한 수수께끼책, 앉아서도 할 수 있는 게임 몇 가지를 준비하면 휴가철 밀리는 길, 오고 가는 차안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다.

휴가, 자 지금부터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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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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