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근호씨의 칼럼은 나와 같은 주제이기 때문에 다른 칼럼리스트의 글보다 더 관심 있게 본다. 이번에 올라온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와 관련된 글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같은 땅에서 같은 장애유형이고 같은 자립생활을 하며 그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보는 관점에 따라 시각차가 다름을 느낀다. 그렇다고 그분의 칼럼을 비판할 생각에서 이 글을 쓰는 것임이 아님을 밝혀두고 구근호씨에게 양해를 구한다.

그분이 쓰신 글의 내용 대부분은 공감한다. 활동보조서비스와 자원봉사가 다르고 무엇 때문에 다른지, 그동안 받기만하는 복지 시스템 속에서 장애인들이 길들여져 왔고 그 때문에 지금 실시되고 있는 활보서비스가 활용도면에서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도, 장애인 이용자들의 역량강화가 절실하다는 것 또한 공감한다. 이런 면에서 분명 제시된 문제는 같다. 하지만 해결의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나는 이 글에서 차이의 부분을 쓰겠다.

활동보조인서비스가 뭔가? 중증장애인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더군다나 자립생활을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다들 여기까지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자립생활교육을 받고 센터 활동등을 하는 중증장애인에게만 서비스를 해야 하는 걸까? 활동보조서비스는 애초에 자립생활(IL)에서 파생됐으니 센터에서만 사업을 해야 하는 걸까? 이 말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장애인 이용자들에게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하려면 자립생활센터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구근호씨의 칼럼은 말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나라라면 그래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마음껏 제공받고, 학교교육에서 또는 노동의 현장에서 가정에서 차별받지 않고 평범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더라면 과연 자립생활센터의 존재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요구하는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요구였다. 흔히 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증장애인이 필요한 시간만큼 생활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대상제한과 자부담도 없어야 한다. 우리는 주구장창 주장해 왔다. 그런데도 복지부의 태도는 여전하다. 여전히 생활시간을 제한하고 대상도 자부담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어떤 목소리는 그런 문제제기는 외면한 채 센터지원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일부 자립생활센터에서는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내자는 의중인 것 같다. 물론 센터의 안정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복지체계 내에서 많은 복지시설들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수많은 장애인 단체와 각종복지관과 장애인 관련 시설들, 그런 단체들과 시설들은 운동성을 잃었다.

자립생활과 자립생활센터는 운동으로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역의 중증장애인들의 놀이터가 돼야 하고 그들의 마이너스(-)의 삶을 최소한 제로(0)의 삶으로 끌어올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장애민중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센터지원에만 목소리를 높인다면 자립생활센터가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소위 사회복지사라는 복지전문가가 필요하다. 당사자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장애인당사자들은 허드렛일만 하며 푼돈이라도 주면 감사해야 하고 실질적으론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고용된 복지전문가들에 의해 센터는 또 다른 복지시설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매우 우려된다. 운동성을 상실한 자립생활센터는 더 이상 자립생활을 논할 자격이 없다. 자립생활센터는 서비스를 안 해도 상관없다.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 활동가들을 양산해 내고 그들로 하여금 불평등한 장애환경을 바꿔내도록 기댈 언덕이 되어 주고 그들과 함께 불평등한 사회체제를 바꿔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사회복지단체들이 국가지원금 횡령 등 비리의 온상으로 사람들의 지탄대상이 되어왔다. 자립생활센터 또한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언제부턴가 그런 센터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제발 부탁한다. 모든 자립생활센터가 자립생활센터다운 자립생활센터로 남기를 바란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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