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제도인 활동보조인서비스가 그 절박함만큼이나 급물살을 타고 제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가 자립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제도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본격적인 제도시행에 앞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아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활동보조와 자원봉사가 다르다는 건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유료와 무료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서비스의 가장 근본적 차이는 이로 인한 ‘당사자의 주체성 확보에 대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의 주체성 확보는 서비스가 유료인가, 무료인가의 문제가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부분이 상당부분의 가중치를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와 함께 중요하게 주목할 부분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당사자의 역량이다. 지금까지 받기만하는 자원봉사 시스템에 길들여진 건 그것을 공급하는 소위 전문가와 기관뿐만이 아니다. 슬픈 일이지만 수요자들인 장애인도 이 시스템에 상당히 길들여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활동보조인을 처음 써보는 장애인은 대부분 그 활용도 면에서 상당 부분 떨어진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엇을 하거나 시키기보다는 활동보조인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인의 교육 못지않게 이용자를 위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교육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활동보조서비스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아야 한다.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교육을 통한 역량강화 없이 서비스가 진행된다면 활동보조인서비스의 궁극적 목적인 장애대중의 사회참여는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저 장애 도우미일 뿐, 일상을 조직하고 그것을 통한 사회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는 것이다.

때문에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의 역량강화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중심에는 그 무엇보다 당사자주의가 굳건히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당사자주의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이끌어갈 자립생활센터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할 자립생활센터가 부족하다는 게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립생활센터는 그 짧은 역사나 정부의 미약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양적인 발전뿐 아니라 질적인 발전에서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제도적 한계로 인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동시적 고민이 없다면 우리가 힘들여 얻어낸 이 성과들이 흔한 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익이나 혜택은 엉뚱한 사람이 보는 식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이 없다면 활동보조인서비스는 본연의 의미를 잃고 기존 복지체계 속으로 흡수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성이 없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과연 우리가 바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활동보조인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리플합시다]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

17년간 재가 장애인으로서 수감생활(?)도 해봤고 시설에 입소도 해봤으며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패스하고 방통대를 졸업. 장애인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3개를 땄던 나.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그저 장애인으로만 바라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자립생활! 장애라는 이유로 더 이상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 분리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꿈꾸는 곳. 장애인이 세상과 더불어 소통하며 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는 지금 이곳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