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꽃. ⓒ김남숙

단풍나무 잎과 꽃. ⓒ김남숙

요즘 많은 꽃이 피고 있습니다. 흰 목련과 노란 개나리와 진분홍 진달래꽃이 눈에 보입니다.

붉은 단풍나무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눈에 쉽게 보이는 꽃을 좇아가느라 이미 시선이 다른 곳으로 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별로 볼 것이 없노라고.

그러나 지금 이 단풍나무 꽃을 보십시오.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가지가지 마다 붉은 단풍나무 꽃이 얼마나 많이 달려 있는지…….

육십을 살고, 칠십을 살고, 팔십을 살았어도 이 땅에 보이는 많은 꽃들을 못 보고 지나온 분들이 많습니다. 사는 것에 너무 급급해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먹고 사는 것 보다 더 절실하고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나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하지 않은 현실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편견이라는 안경에 가려져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편견을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사고와 습관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꿈을 이야기 합니다.

아이야 네가 무엇이 되고 싶으냐? 너의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냐?

부모로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그러나 아이에게 무엇이 되어라 라고 강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꿈을 가지라는 것이 오히려 한계선을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진 미래의 무한한 꿈의 세계에 미리부터 한계지어 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가장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직업이라도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새로운 직업이 생길 수 있고 더 좋은 어떤 것이 생겨날 것입니다.

언제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룬 성취감과 도전정신으로 행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만 미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40을 넘은 나에게도, 70을 넘은 우리 엄마에게도 미래는 있습니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의 선택과 만족으로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나의 점철된 인생은 행복 그 자체일 것입니다.

나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모든 이가 행복한 세상이 내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행복은 성취해야할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자연에서 알게 됩니다. 이미 주어진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려면 학습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학습으로 가능한 행복하기 연습을 권합니다.

이 붉은 단풍나무 새순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꽃을 보면서도 수십 평생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듯이 이미 자신의 것으로 주어진 주머니 가득 담긴 행복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나는 그럼 얼마나 행복하냐고요?

예,^^;; 행복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눈물이 나고, 또 슬퍼집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외롭고 고독한 나 자신에게 슬퍼집니다. 그런 슬픔을 느끼는 내 존재에 대하여 나는 살아있음과 살아서 느낄 수 있음을 행복해 합니다.

때로 버둥거리며 욕심을 내어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지만 곧,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하여 만족하기로 작정하고 행복해 합니다.

날마다 아침이 밝아오고 저녁 어둠이 찾아오듯이 나는 슬픔과 기쁨 속에 찾아드는 행복을 느낍니다.

- 김남숙 -

단풍나무 꽃. ⓒ김남숙

단충나무 가지에 매달린 도롱이벌레(주머니나방)집 안에 주머니 나방의 번데기가 들어있습니다. 곧 깨어나겠지요? ⓒ김남숙

주렁주렁 꽃 피어 달린 단풍나무. ⓒ김남숙

이 꽃 그늘 아래 서서 무엇이 보이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되 듣지 못하고 사는 인생입니다. 눈 뜨임이라는 것이, 귀 밝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갑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새롭고 감격스럽습니다.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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