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개나리꽃이 피어도 열매는 하나도 달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김남숙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개나리(Forsythia koreana) 꽃입니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며 잎은 마주나며 낙엽지는 관목입니다.

꽃은 깊게 갈라진 통꽃인데 수술은 꽃통에 붙어 있습니다. 영어이름으로 골든벨(Golden Bell)입니다.

암술이 수술보다 긴 꽃과 짧은 꽃, 2가지 꽃이 핍니다. 꽃가루받이는 긴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이 긴 꽃의 암술머리에 도달하거나 짧은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이 짧은 꽃의 암술머리에 닿아야 일어나며 그래야 열매를 맺게 됩니다.

때문에 개나리 꽃은 아주 많이 보이지만 2가지 꽃이 같은 곳에서 잘 피지 않기 때문에 열매 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난 겨울, 치악산 구룡사 가는 계곡과 시화방조제 가기 전 오이도 공원에서 개나리 나무에 달린 열매를 보았습니다.

그후, 인왕산과 청계산에서 보았고, 경복궁의 국립민속박물관 울타리에서도 보았습니다.

그 동안 다니는 길마다 개나리꽃을 유심히 관찰하였습니다. 아파트 주변과 학교 주변, 도로주변과 강 주변에 천지로 핀 개나리꽃 암술이 긴 개나리꽃만 있거나 수술이 긴 개나리꽃만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글픈 개나리꽃입니다.

사람들이 삽목(꺾꽂이)을 해서 암술 긴 꽃, 혹은 수술이 긴 꽃의 비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심기 때문에 개나리꽃 천지여도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수분할 기회가 거의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열매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고요.

그렇게 많은 개나리 나뭇가지에 지난 해 맺어야 했을 열매의 흔적도 없이 흐드러지게 핀 꽃들 장주화는 장주화대로 단주화는 단주화대로 우리 사람들에게 노란 경종을 울려 주의경보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꽃의 성격에 따른 나무의 특성이 두드러진 나무를 심을 때는 그 아름다운 어울림을 생각하고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책에는 개나리를 암수 딴그루 라고 써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3년동안 개나리 나무에 관심을 갖고 살펴 본 결과 암수 딴그루라는 표현은 맞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왜냐면 수술이 긴 꽃을 피우는 개나리 나무에도 열매가 달려있고 암술이 더 긴 꽃을 피우는 개나리 나무에도 열매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암수 딴그루가 아니라 장주화와 단주화로 구분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개나리 나무의 열매를 연교(連翹)라고 합니다. 連은 연결할 연이고, 翹는 꼬리 긴 깃털교이니….

우리가 노란 개나리 꽃을 보면서 노란 병아리를 연상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이미지 연상인 것 같습니다.

열매의 성질이 차고 종기의 고름을 빼거나 통증을 멎게 하고 살충과 이뇨작용이 있답니다.

그리고 장주화와 단주화의 개념도 정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둥의 길고 짧음에 그 기준을 두었으니 그 분리의 기준은 암술 기둥입니다.

암술이 긴 꽃은 암술 기둥이 길기 때문에 장주화라 하고, 수술이 긴 개나리꽃은 상대적으로 암술의 기둥이 짧기 때문에 단주화라고 해야 맞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 때는 거기에 따른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여 어떤 분은 암술이 기니까 장주화라 하고, 수술이 기니까 장주화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짧은 수술이든 긴 수술이든 떨어지고 나면 그 기준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없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이번 기회에 개나리꽃에 대하여 유심히 살펴보고, 개나리 나무에 달린 열매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 김남숙 -

상대적으로 암술기둥이 짧아 암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단주화입니다.ⓒ김남숙

암술이 긴 개나리꽃입니다. 암술머리가 보이지요? 장주화입니다.ⓒ김남숙

연교라고 불리는 개나리 열매입니다. 열매 보기가 쉽지 않지만, 장주화와 단주화 모두 열매를 맺습니다.ⓒ김남숙

연교(連翹)라고 불리는 개나리 열매입니다.ⓒ김남숙

김남숙은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와 동아문화센터에서 생태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서울시청 숲속여행 홈페이지에 숲 강좌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記者)로 활동하며 인터뷰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새 그리고 곤충들과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들 자연의 삶의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숲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는 김남숙은 숲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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