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Love actually is all around)"는 휴 그랜트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 5주 전부터 크리스마스까지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스무 명이 넘는 주요 등장인물 사이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사랑의 이야기들을 보고나면 말 할 수 없이 행복해집니다. 물론 모든 사랑이야기가 다 달콤하고 행복한 건 아니구요. 오히려 쓸쓸하고 쓰라린 사랑에 상처받은 주인공들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새로 부임하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 독신의 수상과 달동네 출신의 여직원 나탈리.

최고 권력자와 평범한 여직원의 순수한 사랑, 어쩌면 수상이 휴 그랜트여서 용서가 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안타깝지만 무작정 순수하기만 한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

2년 7개월 하고도 3일 1시간 반 동안 동료를 짝사랑해온 회사원 로라.

이렇게나 간절히 원했는데……. 사랑엔 항상 훼방꾼이 있습니다. 징하게도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그 사랑을 그만 쓸쓸히 접고맙니다. 사랑때문에 사랑을 보낸 아픈 사랑입니다.

상처입은 영국인 소설가와 포르투갈 아가씨.

애인과 동생의 배신에 깊은 상처를 입고 남프랑스로 떠난 소설가 제이미는 말 한마디 통하지않는 포르투갈 아가씨 오렐리아와 다시금 사랑에 빠집니다. 역시 사랑의 상처엔 또 다른 사랑이 유일하고도 최고의 약입니다.

젊은 여직원의 유혹에 흔들리는 중년 남자.

철딱서니 없는 사랑이라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가정이 있는 중년의 남자는 그 사랑에 흔들리고 맙니다. 결혼 후 내내 아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스카프였던 남편은 젊은 여자에게 덜커덕 금목걸이를 사줍니다.

남편의 배신에 눈물을 쏟는 아내.

아내의 선물은 또 다시 스카프와 CD, 사춘기의 정서를 일깨워줬던 뮤지션 조니 미첼의 앨범을 보고 방으로 간 아내는 억장이 무너지는 눈물을 흘리지만 의연하게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러갑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또박또박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짝사랑에 의기소침한 아들과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후 남겨진 의붓아들의 깜찍한 짝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의붓 아버지의 사랑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을 진정한 부자로 맺어줍니다. "사랑만큼 큰 고통이 있어요?"라고 당돌하게 묻던 꼬맹이, 휴 그랜트의 조카라죠?

한 물간 록스타와 그의 매니저.

'라디오 스타'를 떠올리게하는, 아니 그 반대겠죠? 퇴물 록스타와 오랜 시간 변치않는 우정으로 그의 곁을 지켜준 매니저, 그 사랑은 이렇게 보상을 받습니다. 세월이 함께 한 우정만큼 향기롭고 든든한 사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친구의 여자를 사랑했네….

차마 입 밖에 내지도 못하는 외사랑에 아파하는 남자, "이젠 고백할래요. 크리스마스니까요." 이 장면에 가슴설렌 분들 많았죠? 하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김광석의 노래처럼 이런 사랑은 이제 그만! enough!

뽀너스로^^ 꽃미남 칼!

"관계라는 단어는 많은 죄를 덮는다"는 수상의 말과는 다르지만 사랑 역시 많은 것을 덮는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랑은 상처를 덮고, 외로움을 치유하고 믿음을 주며, 행복하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외롭고 아픈 것도 또 다른 진실입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양날을 가진 칼이어서 자칫 내 마음을 베이기 십상이지요.

러브 액츄얼리의 가지가지 사랑 이야기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사랑이란…? 어떤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기도 하고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 정리도 하셨나요?

피터와 줄리엣의 사랑이 넘치는 축복받는 행복한 결혼의 이면에도 홀로 고통스러워했던 마크의 사랑이 있었고,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오빠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안타까운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으로 지독한 상처를 입었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을 이루기위해 낯선 외국어를 배우는 제이미와 오렐리아를 보면 사랑이란 결국 성실하고 진심이 담긴 소통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서툴지만 조심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소통의 기술이 진실한 사랑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싶습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데에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러브 액츄얼리는 '앞으로 더 이상의 크리스마스 영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기분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런 영화를 왜 지금, 크리스마스도 한참 더 지난 지금 올리느냐구요? 사랑은 어디에나, '언제나' 있기때문이지요. 그리고 에. 또.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봤는데 두 번째는 바로 발렌타인 데이에 온통 커플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혼자 봤기때문입니다.^V

해피 발렌타인 되세요~ ^^

타고난 호기심으로 구경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불 꺼진 객석에서 훔쳐보는 환하게 빛나는 영화 속 세상이야기에 빠져서 가끔은 현실과 영화의 판타지를 넘나들며 혼자 놀기의 내공을 쌓고 있다. 첫 돌을 맞이하기 일주일 전에 앓게 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현재 한국DPI 여성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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