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이 병원에서 수술받았다는 소식을 청각장애인 지인에게 접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자가 장애 당사자일 경우 반드시 의료 환경에서의 접근성 제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어 통역을 희망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제공해 주어야 하고,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원한다면 그렇게 제공해 주어야 의료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더욱 원활한 의료적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 환경은 곧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이야기가 있었다. 수술을 앞두고 환자 본인은 무통 주사를 놓아 달라는 의사를 간호사에게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도 간호사는 그걸 놓쳤다. 왜 놓쳤을까 의아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의료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그대로 지켜봐야 할까? 뒤늦게 수술을 끝낸 환자에게 전후 상황을 전해 들은 다른 가족은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그런데도 필담이 아닌 음성언어로 대응했던 간호사의 태도에 무시당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화가 나 간호사에게 필담을 재차 요청하니 그제야 메모해 주던 의료진 앞에서 장애인식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불쾌감은 꽤 오래 갔다고 전해 들은 순간,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의견을 피력해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이런 부당한 의료계 환경 앞에서는 장애 당사자와 가족은 더욱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가족애를 보이며 단단해지고 있다.

장애인식개선을 깨닫지 못한 채 사과 한마디도 없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의료진 앞에서 어떻게 자신의 건강권을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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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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