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어느 까페에 게재된 청소년 인권감수성 테스트. ⓒ서인환

자신의 인권감수성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학술연구기관인 SSK 인권포럼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이 테스트는 먼저 세계인권선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헌법에 인권보호 조항이 있음을 아는지도 묻는다. 또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아는지 묻는다. 구체적인 상황 제시는 없고 아는지 모르는지를 답하면 된다. 국제 인권상황에 대해 아는지도 묻는다. 한국이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한 것을 아는지도 묻는다. 여기까지는 인권에 대한 관심도에 대한 질문이다.

다음으로 개인의 의견을 묻는 조항으로 넘어간다. 매우 반대, 반대, 보통, 찬성, 매우 찬성 중 선택하게 되어 있다. 시위나 집회에서 교통혼잡이 있을 경우 제제가 필요한지, 에이즈 감염 외국인은 출국시켜야 하는지, 불법체류자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어야 하는지, 노인에게 성인 자녀가 있을 경우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지, 최소한의 난민만 인정해야 하는지, 탈북민에게 특별혜택을 주어야 하는지, 군인을 위한 인권법이 필요한지,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 조회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최근 인권 관련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설정하여 의견을 묻는다. 범죄 경력이 있어 자퇴한 학생이 복학을 원하면 복학시켜야 하는지, 정신병원에 경찰이 운전교육을 위하여 진료기록 자료를 요청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순위로 답을 요구함), 출소 후 보호감호가 필요한지, 범죄자 식별을 위해 신생아 유전자 국가 DB 구축을 동의하는지, 이것이 개인정보 침해라고 생각하는지, 보안이 철저하다면 유전정보 보관이 가능한지, 동의 없는 유전정보 채취는 인권침해라고 보는지를 묻는다.

찬반을 묻는 질문으로 가정 체벌, 의무교육 무상교육, 국제원조를 할 때 그 나라의 인권상황을 고려,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 금전적 피해를 주는 노동 활동, 익명 SNS 활동의 제한, 개인의 투표 여부 공개, 국적 변경 통제의 필요성, 성소수자의 학급 분리, 경제개발을 위한 인권침해 감내, 불법체류자에 대한 의료보험 제공 등이 주어진다. 불법제류자 문제는 앞에서 질문했던 문제로 일관성이나 성실성을 보기 위한 문제다. 수사 과정에 대한 질문은 중복성이 있어 보인다.

이 인권 감수성 테스트는 성균관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결과물로 인권감수성이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 점수가 몇 점인지를 알려주고, 어느 나라 수준이 나의 인권감수성과 맞는지도 알려준다.

이 테스트는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는 국가별로 인권감수성의 순위를 정하는 것이 객관적인가이다. 미국의 흑인차별과 인도의 신분 차별 중 어느 것이 더 상위인지 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인권 감수성에 맞는 나라가 따로 있을 수 있는가이다. 어느 나라에 살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수준이 낮다고 그런 나라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당신은 덴마크/인도에 맞는 사람입니다’란 말은 흥미보다는 기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그 나라에 가서 살면 적절하다는 말로도 들린다. 결과 통보 방식이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개인의 의견차가 모두 인권의 우위를 가르는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보호감호가 시민인권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고, 전과자 입장에서 인권침해라고 할 수도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인권감수성은 달라질 수 있다.

하나는 감수성이 있는 것으로 다른 하나는 감수성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기 어렵다. 이 테스트를 개발한 성균관대학교 구정우 교수도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란 책에서 “인권은 내 인권과 당신의 인권이 웃으며 싸우는 법”이라고 하였다. 중앙대학교, 동국대학교 인권센터 등에서도 동일한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인권감수성 문항은 여기에 없다.

한국나눔연맹에서는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법이란 사이트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비장애인 주차문제, 거리에서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모욕하는 것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는다. 그리고 구정우 교수의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소개한다. 그리고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예민함, 공감, 일상의 틀깨기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복지의 배경이 인권이라고 하였다.

네이버의 어느 까페에 공현이란 분이 올린 청소년 인권감수성 테스트가 재미있다. 9개 문항에 ‘예/아니오’로 답하게 되어 있고, 응답에 따라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탈출요망, 참꼰대, 활동가 후보, 청소년 운동가의 네 분류 중 하나에 도달하게 된다.

청소년 감수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9개 문항은 다음과 같다. 1. 차별은 어디서든지 사라져야 한다. 2. 일제고사 대학 서열화는 없어져야 한다. 3. 청소년의 성적 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 4. 청소년이 성인보다 임금은 낮은 것은 정당하다. 5. 청소년 두발복장 자율화는 보장되어야 한다. 6.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반말은 정당하다. 7. 청소년 무상급식, 무상교육은 보장되어야 한다. 8. 청소년의 집회와 정치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 9. 청소년 인권은 세대 간 대화나 어른들 노력으로 이룰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인권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이 테스트를 통해 평소 청소년의 인권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주제들로 모아져 있다. 그리고 감수성의 정도를 4등급으로 나누어 서열화하기보다 인권활동가 소질이 있는지로 결과를 말해 주는 것도 흥미롭다.

장애인 인권 감수성을 테스트하려면 문항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한국장애인재단에서는 개인별 장애인 인권 감수성(장애감수성)을 스스로 체크해 보도록 하기 위함은 아니지만, 인식개선 강사 양성과 인식개선 교육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장애감수성 테스트 도구를 만든 적이 있다.

이 테스트는 설문조사 형식으로 장애를 수용하는지(이웃, 친구, 배우자), 차별상황인지 아닌지(우수학생의 청소면제 등), 역차별인지(시각장애인의 맨 앞좌석 배치 등)을 간단하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여기에 여자는 수학보다 문학을 더 잘한다거나, 여자는 걸레질 남자는 책상 정리 등 성역할에 대한 감수성을 체크해서 장애인 문제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차별에 대한 이해를 하는지 간단한 문제를 추가하는 것도 좋겠다. 탈시설의 문제를 만약 다룬다면, 누구나 지역사회에 살아야 한다는 질문을 하는 정도로 하고 첨예한 의견충돌 문제가 있는 ‘모든 시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식의 질문은 피하면 좋겠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인지도,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태도, 장애인 수용 정도, 다양성 인정, 차별의 판단 능력, 장애인에 대한 이해(인권감수성과 무관한 상식문제 제외). 장애인에 대한 응대법(발달달장애인은 교육을 통해 개선된다, 기다려 주어야 한다 등), 장차법에서의 차별금지 영역, 차별대우를 받았을 때의 구제방법, 자립과 통합사회, 고정관념깨기 등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 문항이 너무 많으면 피로를 줄 수 있고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20문항을 넘지 않도록 하고(인식개선 강사용은 9문항 정도), 자유서술형이나 사지선다형이 아닌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 좋겠다.

이러한 테스트를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기관에서 온라인으로 테스트를 자가로 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채점 결과는 1. 장애인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세요, 2. 장애인도 존엄성은 인정하나 실천은 더 노력해 주세요. 3.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만 받으면 완벽한 감수성을 갖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장애인 감수성이 높아 장애인권 활동가 자격이 있습니다. 등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테스트를 받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도 하고, 교육 후 교육 효과도 측정해 볼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장애인 당사자, 인식 개선 강사, 장애인 복지 전문가, 장애인단체, 인권 전문가와 변호사 등 팀을 이루어 공식화된 장애감수성 테스트 도구를 개발한다면 장애인식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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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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