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모습. ⓒAndi Weiland (Gesellschaftsbilder.de)

셋째,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없다?

어쩌면 기업은 "우리 회사 업무 특성상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기업에 없는 '특별한' 직무를 요구하지 않는다. 기업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없다. 단지 기업은 기업 내 직무 중 장애인의 역량과 직업적 경험 및 경력에 부합하는 업무를 찾아내어 배정만 하면 된다.

골드브뤠첸 빵집(Goldbrötchen Bäckerei)에는 근로자 30명 중 11명이 중증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5개 지점을 두고 있는 골드브뤠첸 빵집은 이미 15년전부터 지체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등 다양한 장애가 있는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내 모든 시설은 어느덧 배리어프리(barrier-free)이다.

골드브뤠첸 빵집의 장애인고용 성공 노하우는 장애인 근로자를 일대일 지원하고 동행하는 데 있다. 기업의 수익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장애인 근로자의 개별 능력과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자, 골드브뤠첸 빵집은 노동청과 통합청 그리고 지역사회 복지연합과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장애인 근로자들을 개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근로자는 자신의 요구와 역량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서 빵 제조, 판매, 배달, 서비스 중 한 분야를 선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무 분야를 번갈아 가며 근무할 수 있다.

골드브뤠첸 빵집은 야간근무가 힘든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별도로 오전근무팀을 편성했다. 오전근무팀의 업무는 야간근무팀이 다음날 판매할 빵을 구워 낼 수 있도록 모든 재료와 반죽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오전근무팀 편성은 기업의 수익과 장애인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골드브뤠첸 빵집 사장 얀스뮐러는 말한다.

"우리 기업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근로 의욕이 매우 높고, 자신이 맡은 업무를 아주 성실하게 이행해요.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매우 높고요. 그 덕분에 우리 기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독일에는 특정 장애인들을 위해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도 적지 않다.

산부인과 의사인 프랑크 호프만은 시각장애인들의 촉각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들의 능력을 유방암 진단에 적극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전문교육과정을 거쳐 병원에서 유방암 촉진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발견하는 손'(discovering hands)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발견하는 손'에서 중증시각장애인 여성들은 유방암 촉진기술과 더불어 유방 관련 의학지식, 의학진단 및 치료관련 지식, 환자중심적 사고 및 행동방식 등을 전문적으로 공부한다. 9개월 간의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사람은 '발견하는 손' 기업이나 사설병원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실제로 유방암촉진전문가는 일반 산부인과 의사가 발견할 수 있는 종양보다 크기가 절반 이상 작은 종양까지 찾아낼 수 있다.

독일에는 현재 약 30명의 중증시각장애인 여성이 유방암촉진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호프만은 매년 20명의 시각장애인 여성을 유방암촉진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과 의사인 마리아넬라 폰슐레알라콘은 청각장애인 직원과 환자를 위해 2013년 ‘폰슐레알라콘 치과‘(Zahnarztpraxis von Schuler Alarcón)를 개업했다. 이 병원에는 9명의 직원 중 5명이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대학공부를 위해 처음 독일에 왔을 때 독일어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강한 소외감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청각장애인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청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병원을 개업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병원 개업 후 폰슐레알라콘은 청각장애인 직원양성에 힘을 쏟았다. 지역사회의 장애인상담기구와 관할관청, 치과의사연합 그리고 직업전문학교와 긴밀한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인이 함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회통합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울러 그는 수어로 된 치과전문용어사전을 직접 제작 및 편찬했다.

폰슐레알라콘의 교육 및 사업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현재는 치과에서 무려 4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사는 환자들이 그녀의 치과를 찾아올 정도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오로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려는 표면적인 목표에만 매몰되어 있는데요. 기업이 장애인고용을 통해 진정한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장애인 근로자의 요구를 경청하고 기업 내 근무조건을 거기에 맞추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해요. 이것이 우리 치과의 성공 노하우라고 할 수 있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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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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