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의 ‘복불복 게임’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대사가 유행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라는 생각과 실제로 벌칙을 피해갔을 때의 안도감은, 정작 자기 자신이 벌칙에 걸렸을 때의 낭패감을 심화시킨다. 다른 참가자는 또 다시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낄낄거린다.

조현병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만 조현병에 안 걸리면 된다’라는 생각은 조현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조현병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았을 때, 정신과에 입원했을 때 큰 좌절을 느끼게 한다. 조현병은 복불복 게임의 벌칙처럼 아무도 걸리고 싶지 않은 사회적 벌칙이 되어버렸다.

나 자신만큼은 절대로 조현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고, 또한 걸리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은 ‘저는 조현병 아니지요?’, ‘의사가 저를 조현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오진이겠죠?’ 등의 질문을 낳는다. 조현병 당사자는 자기부정을 겪고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조현병은 사회적 벌칙이 되어버렸나? 조현병은 세간에 ‘마음의 암’, ‘위험한 질환’, ‘범죄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언론이 나서서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 자체가 낙인이라는 사회적 형벌이 된다.

그에 비해 조현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라거나, 조현병 당사자도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거나, 정신장애인은 언젠가 회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조현병의 위험성과 무서움, 악영향을 강조하는 다큐멘터리는 많지만, 조현병을 극복하지 않아도 인생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명되지 않는다.

무지는 두려움을 낳는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해서이다. 비장애인들이 조현병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비장애인들이 조현병 당사자의 삶을 알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현병에 대한 정보 불균형 때문이다. 조현병과 정신장애 담론이 의료계에 지배되어 있기에 정보 불균형은 점차 심화된다.

그러나 조현병을 두려워하고, 조현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조현병에 안 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조현병을 100% 피할 수는 없다. 조현병은 사회에 관계없이 인구의 1%가 경험하는 정신장애이다. 즉 100명 중 한 명은 조현병과 조우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게다가 조현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어차피 누군가는 정신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복불복 게임으로 돌아가보자. 참가자들은 벌칙에 걸리는 것을 조마조마하며 두려워하고, 벌칙에서 면제되면 벌칙자를 비웃으면서 안도하고, 벌칙에 걸리면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좌절한다. 복불복 게임의 중간 전개를 알려드리겠다. 결국 모두가 게임의 벌칙을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 벌칙에 대한 두려움은 복불복 게임의 구조를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정신장애를 놓고 벌어지는 복불복 게임을 멈추려면 게임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게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조현병과 정신장애가 ‘벌칙’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신장애인과 당사자 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존 담론에 저항하는 새로운 담론을 퍼트려야 한다. 조현병이 사회적 벌칙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참가자들을 벌칙의 두려움에서 해방시킨 것은 프로그램의 종영이었다. 잘못된 게임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최약자인 정신장애인을 농락하는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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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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