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준이가 밀고 있는 유행어 하나를 소개한다. 작은 체구에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외치는 입 모양은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그 한 마디에 박카스 열 병을 마신 듯한 힘이 불끈 솟았다. 이게 바로 가족의 힘이라는 것이구나 싶었다.

워킹맘으로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말이 더욱 위로가 되었고 마음도 든든했다. 아들 예준이는 엄마의 직장생활을 따라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지낸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던 중에 최근 회사를 이직했다. 집과 가깝고 또 어린이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회사로. 그래서 더 여유롭게 어린이집을 보내고 더 일찍 집에 오는 생활 패턴이 되었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예준이에게는 엄마와 더 느긋하게 헤어지고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린이집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예준이를 생각하며 나도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요즘이다. 세상 속에서 '청각장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다니며 마주하는 차별을 헤쳐나가며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무척 고되고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에 비하면 별일이 아닌 듯이 느껴진다.

이처럼 '할 수 있어!'라는 아들의 한 마디에 오늘을 살아내는 힘을 충전할 수 있다. 다무진 입매와 우렁찬 눈빛, 그리고 또박또박 보여주는 아들의 입 모양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팔불출 엄마라고 해도 좋다.

그만큼 하루를 살아가는 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워킹맘의 일상은 무엇일까? 바로 육아다. 육아는 어른도 힘들어하는 고강도 육체노동과 같다. 하지만 나도 장애를 가졌지만 지금도 충분히 육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장애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는 것보다 함께 키우는 일, 함께 성장하는 일에 더 많은 시선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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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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