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뭐라고요? 제가 염려했던 사건이 터졌다고요?

제가 일전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장애인 차별·비하(이하 장애인 혐오) 발언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 후보자 선출 시점이었는데, 기어이 제가 가장 염려했던 후보에게서 장애인 혐오 발언이 튀어나왔습니다.

사실 제가 “‘다음에는 누구를 공격할까 알아맞히기 대결’을 해도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던 후보가 진짜로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을 뿐입니다.

지난 1일 장애 혐오 발언을 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해당 발언. ⓒMBC 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이하 직함 생략)는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한 연설 도중에 "(북한이) 새해 들어 핵 탑재 가능한 미사일 발사 실험을 벌써 8번이나 했다. (중략) 국제 사회에서 이런 위협적인 도발을 멈추라고 난리도 아닌데, 민주당 정권은 어떻게 했나.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하는 '벙어리' 행세를 했다. 이런 정권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겠나?"라고 대놓고 청각·언어장애인 혐오 발언을 대놓고 했습니다.

논리 전개에서도 오류가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정파적 해석에 가까운 것이니 생략하도록 하고, 장애인 혐오 발언을 굳이 인용해야 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맥락에서 굳이 표현하자면 ‘일언반구도 없냐?’ 등을 쓸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장애인 혐오 발언 안 하고도 그 맥락으로 말할 수는 없었나요? 사실은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실 지난번에 윤석열은 ‘비장애인’이라 호칭할 것을 ‘정상인’으로 호칭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지만, 그나마 그때는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것은 부랴부랴 수정했다는 점과 상황 마무리를 잘 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령 요구 사항을 국민의힘 소속 관련 국회의원과 즉석 전화 연결로 이행을 약속하는 행동이라도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장애계가 말로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실제로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점을 거꾸로 생각하면 이 점은 잘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제일 염려했던 순간이었던 선거운동 기간에 장애인 혐오 발언이 기어이 일어난 것은 낯 뜨거운 발언이라면 낯 뜨거운 발언이라 하겠습니다. 어떻게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그 치열한 22일 동안 할 말이 제가 선거운동을 뛰어다닌다고 해도 우려먹는다고 욕할 수 있을 수준으로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말도 있고 그때그때 할 수 있는 말이 수없이 많은 말의 잔치를 즐길 수 있는 시점인데도 할 말이 그렇게 없으면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번 대통령선거는 장애인 정책 공약 이런 것에서는 뭔가 주자별로 톡 쏘는 공약들이 한둘씩 있었던 점은 좋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장애인 최저임금 예외 규정 폐지,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각각의 국가책임제 시행을 공약했었고, 이렇게 비판한 윤석열도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확실히 공약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예산 확충과 장애인등록제 폐지 등을 핵심 장애인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조금 뒤처지는 모양새(대선장애인연대 측 비판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라는 점에서 장애인 정책 대결도 나름 신경전 양상으로 치달은 것은 좋았습니다.

거기에 대선을 앞둔 장애인 사회도 삼국지 구도로 지지집단이 달랐다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주된 지지 선언 유형을 보면 당사자와 가족집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에, 장애인 협회 등 주요 단체 간부 집단은 윤석열 쪽에, 장애인 운동권 단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쪽에 붙는 기색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특성이 다른 장애계 세 집단의 정치 삼국지 구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선거 문화에서도 개혁이 있었던 점은 좋았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농인 시청자를 위한 제대로 된 대통령선거 토론회인 발화자별 수어 통역이 있는 TV 토론회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프로토타입으로 시도된 김광진 전 의원의 시도에 이어 제2차 초청 토론회부터는 아예 별도 채널로 발화자별 수어 통역으로 듣는 더 진전된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 점은 매우 좋은 시도로, 다음 대통령선거가 아닌, 곧 있을 지방선거 토론회 중 관심이 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토론회 정도에서는 한 번 더 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는 발화자별 수어 통역 토론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발달장애인에게 한동안 허가되지 않았던 투표행위에서의 지원도 나름 타협안을 통해 일단은 위기는 봉합했고 앞으로 법령 개정을 통해 이제는 무를 수 없게 단단히 하는 것도 의미 있었던 선거 문화 개혁이었습니다.

아직 발달장애계는 부모와 전문가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당사자 집단의 지지 선언 등은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점점 발달장애 당사자 집단의 정치적 등장이 머지않았음을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느낍니다.

장애인의 참정권 문제와 정치세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아직도 장애인 인식에 대해 ‘가슴에 대못 박는’ 장애인 혐오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선거는 이제 마지막 며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최후의 결전이 머지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장애인 혐오 발언만은 안 되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장애 관련 이슈는 정책 선거전과 지지 선언 발표전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막판 낯뜨거운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앞으로의 선거전에서 제발 장애인 혐오 발언 튀어나오지 않도록 장애계가 마지막 며칠 동안 계속 지켜봅시다.

그리고 각 당 후보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장애계는 예상외로 지켜보는 비율이 있습니다. 마지막 며칠 동안만이라도 장애인 혐오 발언은 금기시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자칫 장애계와 정부 간의 5년간의 긴 갈등이 이렇게 시작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계에 있어서만은 최소한 정책 선거 그리고 인권 선거로 갈 수 있었던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번 각 당 주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의 장애 혐오 발언이 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국, 이렇게 벌어진 낯뜨거운 장애 혐오 발언 때문에 마지막 기분이 조금 잡친 느낌으로 투표장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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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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