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에 게재된 배융호 님의 칼럼 〈“어서오세요”와 “어떻게 오셨어요”〉를 보면 장애인 당사자가 식당에서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당사자는 그 안에 숨겨진 거부의 의미를 읽어낸다.

배융호 님은 칼럼에서 장애인을 ‘초대받지 못한 손님’에 비유했다. 나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고용센터에서 겪은 적이 있어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말하기 전에 이 글은 특정 고용센터를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밝힌다.

나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성인이 된 기초생활수급자는 대학생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모두 근로능력평가를 받는다. 근로능력평가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현행 기초수급 제도는 수급자로 하여금 자활 사업(저소득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강제한다는 점(기초생활보장법 9조 5항에 근거)을 밝혀야겠다.

자활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바로 수급자의 ‘근로 능력’이다. 근로 능력을 평가하는 작업이 바로 근로능력평가이고, 여기서 근로무능력자 판정을 받으면 자활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과거 우울증으로 근로무능력자 판정을 받은 적이 있으며, 조현형 성격장애(조현병의 약한 증상이 성격처럼 나타나는 장애) 진단으로 진단서를 제출하여 유예를 받은 적도 있다.

재정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고 마침내 자활 사업을 신청하기로 했다. 자활 사업은 조건부 수급자(소득활동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수급을 받는 근로능력자)에게 우선권이 돌아가기 때문에 근로능력평가 진단서를 더는 내지 않고 고용센터에 갔다.

내가 사는 지역의 고용센터에 자활을 신청하러 왔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직원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내 정보를 알려주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조회해보더니(추측이지만 아마 과거에 냈던 진단서를 본 것 같다) “정말 일하실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직원은 ‘친절한’ 말투로 같은 질문을 취조하듯이 계속 물어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못 믿겠다는 듯 계속 물어보니까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내 대답은 “네.”에서 “잘 모르겠는데요…….”로 점차 바뀌어갔고, 직원은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를 제출하여 자활 면제를 받으라고 역시 ‘친절하게’ 안내했다.

‘친절한’ 직원은 나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정말 일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까지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망상 때문에 일을 못할 거라고 하셨나 보다. 면전에서 거부당한 경험을 한 나는 두 번 다시 자활을 신청하지 않았다. 조현형 성격장애(질병코드 F21)가 적힌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고 나는 근로무능력자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이 나 혼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조현병 스펙트럼(범주성) 장애를 겪는 사람은 일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아직도 너무나 강하다는 점이다.

나는 증상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나 ‘친절한’ 편견을 마주하자 내가 과연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모르게 되었고, 나 자신의 능력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당사자 중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근로 능력이 없다. 그것까지 부정할 마음은 없다. 나도 실제로 근로 능력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일하고 싶다고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주눅 들게 해서 돌아가게 만드는 건 옳지 않다. 노동할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점은 자활사업 안내문에 “단, 정신질환・알코올질환자 등은 시・군・구청장의 판단 하에 참여 제한 가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 버젓이 적혀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고용센터 직원의 ‘친절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다시는 자활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비장애인들이 좋은 의도에서 던지는 ‘친절’을 가장한 편견과 거부에 정신장애인은 정말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정신장애인들이 자립하길 진정으로 원한다면 일할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