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나는 지금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에서 밝혔듯이, 나는 어릴 적부터 ‘이상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이상하다’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상한’이라는 단어의 새로운 사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자폐성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이른바 정신적 장애인들은 흔히 ‘이상한 사람들’ 취급을 받는다. 여기서 ‘이상한’이라는 단어는 사전상으로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라는 뜻이다. 사회에 규범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상성’을 설정하고 거기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것을 내포한다.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이를테면 “쟤 너무 이상해. 왜 저래?”와 같은 것들이라 볼 수 있다.

‘이상하다’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인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라는 말로 돌아가보자. 정신적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른 점은 단연코 정신상태 즉,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이다. 이러한 차이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 장애인들은 곧 신경다양성 당사자(신경다양인) 범주에 속한다. 이들이 신경다양인이라는 것은 신경 발달이 비장애인과 다름을 의미한다. 결국 ‘이상하다’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신경다양성 특성이다.

그러나 ‘이상하다’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것처럼, 정신적 장애인들과 신경다양인들의 특성은 부정적으로 묘사되곤 한다. 조현병 당사자의 급성기를 공포스럽게 묘사한 영화 〈F20〉과, 자폐인들의 행동이나 대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과거 개그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존중을 빙자한 시혜적인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곤 했다. 그러한 미디어에서 정신적 장애인들은 ‘불쌍한 사람’,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사람’, ‘저렇게 살면 힘들겠다.’ 따위로 대상화된다.

이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시공간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점은 잊히고, ‘특수학급이나 복지관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비장애인과 멀리 있는 사람들’, ‘비일상적인 사람들’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에서 신경다양인들이 자신의 특성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함’을 드러낼 자유, 즉 ‘이상할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크고 작은 정신적 괴로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크나큰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와 정확히 유사한 예로 성소수자들이 있다. 성소수자들은 죄지은 것도 아닌데 자신의 정체성을 공들여 숨겨야 하고, 성소수자성을 고백하는 행위, 즉 커밍아웃은 성소수자의 인지적, 정신적 자원을 극심하게 소모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자살로, 혹은 타살로 죽음에 이르는 당사자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성소수자들이 사용하는 표현 ‘queer(퀴어)’는 ‘이상하다’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할 자유’를 보장받는 것은 결국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과도 연결된다. ‘이상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함’, 자신의 정신적 특성을 마음껏 고백하고, 드러내고, 긍정적으로 활용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그 자신에게 매우 큰 힘이 된다.

더불어 당사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가족, 친구, 학교, 직장 등의 공동체와 한국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는 데에서 오는 안정감이 당사자들을 밝아지게 하고, 생산성을 간접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자폐인과 신경다양성을 다룬 클럽하우스(음성 대화방) 제목도 〈이상할 자유를 허하라〉이다. 정신적 장애인들과 신경다양인들이 자신의 ‘이상함’을 드러내고 ‘이상할 자유’를 자유롭게 누리길 바라는 의미에서 지었다. 이 문장은 신경다양인들을 부정적으로 칭하는 ‘이상하다’의 의미를 전복하여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였다.

성소수자들이 멸칭 ‘queer(퀴어)’를 정반대의 의미로 전유하여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나타내는 단어로 바꾸었듯이, ‘이상하다’도 신경다양인과 정신적 장애인의 긍지를 널리 알리는 표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한국 사회여, 신경다양인들에게 ‘이상할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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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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