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에 탑승하는 중증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1년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번 개정안에는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의 광역 운행, 케이블카 등에 대한 접근 등 그동안 교통약자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교통약자법의 개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상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되었다는 점이다. 버스의 연한은 보통 9~10년이며, 연한이 다하면 폐차하고 다시 다른 버스를 구입해서 운행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이렇게 버스가 연한이 다 되어 폐차하고 다른 버스를 구입할 경우 반드시 저상버스를 구입하여 운행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이면 모든 시내버스가 100% 저상버스로 대체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장애계는 시내버스의 대폐차시 반드시 저상버스로 도입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교통약자법에는 저상버스 100% 도입 연도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사실상 이번 개정이 저상버스 도입의 의무화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설치가 의무화되었다는 점이다. 특별교통수단의 도입과 운행의 최소 행정 단위는 시와 군이다. 그래서 시·군별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하여 운행하고 있다.

이렇게 시·군별로 운행하다보니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시·군 밖의 운행 문제이다. 즉, 해당 시·군 내에서만 운행하게 되며, 따라서 다른 시·군으로 이동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시·군에서는 인접 시·군으로의 운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시·군에서는 해당 지역 내에서만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교톻약자법 제7조의2(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지원계획의 수립 등)을 신설하여 도시자가 도 차원에서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 내에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운영 등 특별교통수단의 광역적 이용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방안을 포함하도록 하였으나 모든 도에서 이를 시행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경남, 전남 등 일부 도에서만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도내에서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설치가 의무화 되어 모든 도에서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하게 되었고, 이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해 적어도 도 내에서는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특히 국가와 도 차원에서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운영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도 매우 중요하다.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운영비이기 때문이다.

셋째, '궤도운송법'의 궤도 차량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통약자법의 이동편의시설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등이 교통약자법 대상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동안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장애인의 접근이 보장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에 대한 접근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의의는 장애인들의 투쟁에 의한 개정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개정이 정부와 국회의 의견에 따른 개정인 반면에 이번 개정은 장애인들의 요구가 반영이 된 개정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이렇게 의의가 큰 반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도 먼저, 국토교통부는 타 법률을 검토하여 누락된 교통수단이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궤도운송법이 제외되어 있던 것처럼 아직도 누락된 관련 법률이 남아 있고 이에 따라 장애인의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 교통수단이 여전히 많다.

전세버스 계약에 의한 각종 셔틀버스(출퇴근용, 통학용 등)도 제외되어 있으며, 공항버스, 관광버스 등도 제외되어 있다.

따라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을 검토하여 셔틀버스 등 전세버스, 공항버스, 관광버스 등도 교통약자법의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시외버스 도입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에서도 시외버스는 제외되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던 시외버스 시범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외버스 도입이 의무화되지 않는다면, 시외버스에 대한 이용은 시범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외버스 도입이 의무화 되고, 시외버스에 도입에 대한 사항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셋쩨, 특별교통수단 차량의 증차가 필요하다. 광역운행을 하게 될 경우 시내 운행을 하는 차량이 광역 운행까지 하게 됨에 따라 차량 부족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광역 이동을 위한 차량의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모두를 위한 택시 등 일반 택시에 대한 이용 보장이 되어야 한다. 현재 바우처 택시 이외의 택시는 교통약자법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택시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어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등장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교통약자법에서 모두를 위한 택시를 포함시켜서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교통약자의 교통수단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인프라 구축과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저상버스 보급률이 높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되는 버스정류장의 연석 높이 정비, 휠체어 사용자와 시각장애인의 대기를 운전자가 알고 정확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앱이나 정류장의 신호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휠체어 사용자 또는 시각장애인이 대기 하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여섯째, 저상버스 승하차에 대한 운전자와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휠체어 사용자가 저상버스에 승하차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승차하고 제일 나중에 내려야 한다. 제일 먼저 승차해야 휠체어 좌석까지 쉽게 이동해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제일 나중에 내려야 출입문까지 이동해서 내릴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장애인 승객이 먼저 타버리면, 휠체어 사용자는 탈 수도 없고, 탄다고 해도 휠체어 좌석까지 이동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운전자와 시민이 모두 이 사실을 알고 휠체어 사용자가 대기하고 있을 경우 제일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하며, 내릴 때도 휠체어 사용자가 내린 후 차량이 출발할 수 있도록 운전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번 교통약자법의 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남겨진 과제를 하루 속히 추진하여야 이번 개정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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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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