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외출하다 할머니가 돈을 줬다. 동정과 시혜라는 말을 경험하기 어려웠다. 평소 그것이 싫어서 폼나게 입고 다녔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대부분의 사람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도보 앞에서 서성이는 내가 그렇게 애초로웠을까.

장애인이 복지관만 다니면 장애인을 알 수 없다. 장애인이 시설에만 있으면 알 수 없다. 동정과 시혜가 무엇인지. 그래서 나가야 한다. 뭐가 됐던.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나가는 순간. 내가 왜 차별 받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내가 인간이고 싶을 때 차별 받았다면 그게 정상인거다. 내가 차별 받고 싶지 않으면 저항해야 한다. 어줍지 않은 체험과 정치인 앞에서 인식개선 해봤자 돌아서면 그 뿐이니까.

인식개선교육이 진정한 인식개선을 위한 도구인지 묻고 싶다. 어디에 물어야 할까.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 인색개선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도 통폐합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개정된 이유라면 우리는 인식개선이 아닌 효율적 행정처리를 위한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260만 장애인 중에 차별을 당하지 않은 장애인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비장애인은 차별을 당하지 않은가? 차별을 장애로 제한하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 예로 빈곤과 시민적 권리다. 빈곤은 장애와 관련 없다. 빈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깔데기에 걸러진 존재 중 하나일지 모른다.

애초롭게도 그 깔데기에 걸러지면 빈곤한 사람끼리 경쟁하게 된다. 헌법에서 말하는 인권과 권리가 빈곤한 사람들 속에서도 차등적인 대우를 받는다. 우리는 차별을 말하기 전에 사회적 구조와 예산을 먼저 말하는 리더가 세워졌으면 좋겠다.

그 리더가 차별을 말할 때 공정함과 정의가 작동될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휠체어를 탄다고 돈을 줬던 할머니,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못간다고 포기 하는 상황, 장애가 있다고 무능력한 존재로 보는 상황들 모두 그렇다.

나이를 먹으니 정치가 보이고 정치가 보이니 차별이 작동되는 원리가 보이는 것 같다. 그것을 보지 못하고 차별과 저항을 부르 짓는 사람들이야 말로 무지한 사람들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권력, 기회가 공존한다. 기회는 돈과 권력 사이에 균형이다. 내가 살아가며 불편했던 것들이 차별이 아니었던 시대에서 어느 순간 차별로 인정받고 있는 시대.

나는 장애인 차별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공존을 말하고 싶다. 장애인 차별을 말하는 순간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최충일 칼럼니스트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중이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 남편, 래퍼, 사회복지사로서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그것은 삶의 행복을 탐구하기 위한 나만의 재료들이다. 지난 2009년 방영된 SBS '스타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현재는 우리사회 장애인의 희로애락을 담은 본격 유튜브 토크쇼 '수다장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권활동가로서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