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프 클로'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하는 얀. ⓒ www.funk.net/channel/auf-klo-786

얼마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KBS 다큐멘터리 ‘아임 뚜렛’을 보았다. 뚜렛 증후군이 있는 젊은 남녀의 삶을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조명하며, 두 주인공이 타인의 내레이션 없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아임 뚜렛'을 감상하고 나니 과연 독일 공영방송사는 뚜렛 증후군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해 여러 방송 자료를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뚜렛과 섹스, 얀에게 물어보는 12가지 질문'(Tourette und Sex–12 Fragen an Jan)이라는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수 600만에 달하는 영상이다.

독일에는 제1공영방송사 ARD와 제2공영방송사 ZDF가 공동 제작하는 디지털 방송사 풍크(Funk, www.funk.net)가 있다. 풍크에는 '아우프 클로'(Auf Klo), 직역하면 '화장실에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화장실처럼 꾸며진 무대에 사회 각양각층의 게스트들이 등장하여 말 그대로 화장실에서 인터뷰하는 내용인데, 2019년 4월에 '뚜렛과 섹스, 얀에게 물어보는 12가지 질문'이라는 약 6분짜리 영상이 방영되었다.

이 영상에서 뚜렛증후군이 있는 젊은 남성 얀(Jan)은 자신의 뚜렛증후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에피소드, 치료 차원의 대마초 흡입 경험, 성생활 등 직설적이고 꽤 사적인 12가지 질문에 대답한다(실제로는 질문이 15개이다). 얀의 솔직 당당하고 유쾌하기까지 한 대답이 매우 인상적이라 이 내용을 에이블뉴스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질문 1: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틱이 있나요?

얀: 제 틱은 거의 매일 달라지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틱은 새소리를 내는 거예요. 평소 의도해서는 결코 낼 수 없는 소리이기 때문이죠. 제가 싫어하는 틱은 "히틀러 만세"(Heil Hitler) 같은 소리를 내는 거예요.

질문2: 사람들이 당신을 두려워하나요?

얀: 유감스럽지만, 사람들이 저를 두려워한다는 걸 꽤 자주 경험해요. 사람들은 저와 거리를 두거나 저에게 멀리 떨어지려고 하죠. 사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죠.

질문 3: 당신은 틱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나요?

얀: 저는 틱을 결코 의도적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타인을 의도적으로 모욕한 적도 없어요. 그건 다 뚜렛 증후군 때문에 그래요.

질문 4: 당신이 겪은 일 중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요. 뚜렛 증후군으로 인해 제 삶에는 재미있고도 동시에 민망한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죠.

예를 들어 제 입에서 ‘포메스’(Pommes, 감자튀김)란 말이 튀어나올 때가 많은데요. 언젠가 편의점에 들러 물 한 병을 사려고 하는데 갑자기 ‘포메스’가 튀어나왔어요. 그랬더니 점원이 감자튀김은 가게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점원에게 그게 제 틱이었다고 말하는 대신 "그럼 햄버거 하나 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질문 5: 틱을 유발하는 특정 상황이 있나요?

얀: 제가 갖고 있는 틱은 주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예를 들어 경찰차를 보면 "지랄 같은 경찰" 이나 "경찰 모자 더럽게 못 생겼네" 같은 음성 틱이 나와요. 외부 환경에 따라 굉장히 인종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하지요.

질문 6: 당신의 틱을 보고 웃어도 되나요?

얀: 당연히 웃어도 되지요. 제 스스로도 틱을 유머로 받아들이거든요. 저는 뚜렛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나 제3자가 틱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질문 7: 당신의 틱은 어떤 느낌인가요?

얀: 틱이 나오기 전에는 재채기 직전 코가 근질근질한 듯한 전조증상이 느껴져요. 음성 틱이 나오기 직전에는 성대에 그런 느낌이 들고요. 운동 틱이 나오기 직전에는 해당 신체 부위에 그런 느낌이 들어요.

질문 8: 당신은 틱을 하는 동안 모든 걸 감지하나요?

얀: 네, 틱을 하는 동안 제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감지할 수 있어요. 장례식 같이 틱을 하지 말아야 하는 장소에서도 틱이 나오는 걸 저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그럴 땐 제 틱이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머리 속으로 인지하면서도, 제 틱을 통제하지는 못해요.(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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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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