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사랑은 지극히 평범한 사랑이다. ⓒpixabay

"내 나이 서른을 훌쩍 넘었지, 장애가 있지, 괜찮은 남자들은 이미 다 짝을 찾았지… 과연 내 짝을 찾을 순 있을까? (한숨) 남아있는 남자들이라곤 한결같이 등신이야, 등신!"

다니엘라의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그만 빵 터졌다. 어떠한 테마도 금세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친구이다. 오랜만에 그녀와 만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요즘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연애이다.

"그러게, 너는 얼굴도 이쁘고 똑똑하기까지 한데 말야"라고 내가 공감하자 그녀가 말한다.

"내 말이! 그런데 사람들은 '나 같은 여자'는 짝을 찾기가 유독 힘들 거라는 둥, 남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라는 둥, 그리고 내가 자전거 투어도 못하고 탱고 춤도 못 춘다며 안타까워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려. 내가 스포츠도 못하고 춤도 못 추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맨날 자전거 투어만 하고 맨날 춤만 추는 커플이 어디 있니?"

그러고보니 나는 남편과 지금껏 자전거 투어를 하거나 탱고를 춰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니엘라가 말을 이어 나간다.

"너 같은 여성들은~ 너 같은 여성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구? 사람들 눈에 나는 장애로만, 휠체어로만 보인다는 거잖아. 내 몸이 그저 손상된 근력으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하지만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해!"

다니엘라와 유사한 근육병이 있는 카리나 슈트룸은 어느 칼럼에서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에게 결혼 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친구는 "결혼했다고? 우와, 네 병에도 불구하고 너랑 결혼한 남편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매번 당혹스럽다.

내 남편은 좋은 면이 많은 사람이다.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믿음직하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나같이 아프고 장애가 있는 여자가 짝을 찾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병과 장애가 나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해 버린다. 그리고 장애란 거부의 대상, 나아가 인생의 종말로 느끼는 듯하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병과 장애가 있는 현재 내 자신을 예전에 건강했을 때보다 더욱 사랑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나는 병과 장애를 통해 얻은 것을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사회 소수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매우 많다. '우리 - 타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장애란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특성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친구에게 남편이 나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점을 사랑해서 결혼한 거라고 강조했다. 모든 연인관계와 부부관계가 그러하 듯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WHO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살게 되어 있어. 그러니 너도 예외는 아니야!"

몇 주 후, 다니엘라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겼단다. 진중한 성격에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멋진 사람이란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란다. 비록 전화상이지만 그녀 얼굴에 넘쳐 나는 핑크 빛이 눈 앞에 선하다.

"그 사람 혹시… 유독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 아니야? 못 생긴 거 아냐? 변태 아니야?"

워낙 허물없는 친구 사이다 보니 이러한 직설적인 농담도 가능하다. 그녀가 대답한다.

"전혀 아니야"

"뭐야? 진짜 사랑이야?"

"응, 진짜 사랑이야!"

두 사람이 처음 만나고 사귀는 과정은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지만, 너무나도 평범한 스토리이다. 두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커플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 위대한 영웅적 행위로 시작된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해 함께 하겠다는 분명한 선택과 의지로 시작되고 진행 중인, 지극히 평범한 남녀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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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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