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에 대한 안전보장대책 마련 촉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남인순의원실

과거 필자는 사회복지 종사자를 천성이 선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학부 사회복지학과 편입 시절, 사회복지사 취업 준비하려고 종합복지관에서 도시락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사회복지사가 필자에게 친절히 활동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관과 노인복지관에서 실습하면서 사람들과 갈등을 겪었고,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다. 운 좋게도 4년 동안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직장생활을 해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회복지 종사자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4년 동안 접하며 사회복지사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란 생각은 내 무의식 속에서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내 직장 상사가 사회복지사는 봉사하는 선한 사람으로가 아닌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받았으면 한다고 페북에서 생각을 내비쳤었다.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여자 동료도 자신은 천성이 선하지도 않고, 봉사 정신이 투철하지도 않지만,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사회복지사가 천성이 선하고 봉사 정신이 투철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회복지사가 선하고 봉사 정신이 투철한 봉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엔 여전히 많다. 또한, 사회복지사를 전문 직업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게 아직도 흔하다.

현재 사회복지사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최근 창원시 사회복지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민원인이 유유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를 본 국민들은 공분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신체폭력에 시달리며 때로는 지속적인 살해위협에도 노출된 사회복지공무원이 한둘이 아니다. 민간 사회복지사들도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이런 상황을 겪는 건 사회복지공무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복지공무원 신변보호 대책 기자회견. ⓒ공무원노조 창원지부, 에이블뉴스 DB

2019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서도 사회복지사들 가운데 응답자의 39.3%가 민원인으로부터 폭언을 당했고. 7.3%가 신체적 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내용에서 위의 현실을 어느 정도 입증해주고 있다. 게다가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사람을 대면하느라 수많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실적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흔하며, 사업 유형·지역 등에 따라 각기 보수기준이 다르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등 처우가 열악하다.

또한, 사회복지교육의 부실함, 사회복지사 자격증 준비기관 증가와 관련 교육기관 난립, 1급 시험 적격성 문제 등으로 사회복지사의 위상 추락, 질적 수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복지사 일이 엄연한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는데, 걸림돌인 거다.

얼마 전 장애아가족양육지원서비스에서 기준 중위소득 120% 초과한 장애아동 가정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시간도 720시간에서 840시간으로 늘렸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안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돌봄인력 처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15년 돌봄인력의 월 시급은 609,474원이었고, 지금도 이 인력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1인 평균 20건 이상 응대에, 월 3000건 이상의 활동일지를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등, 돌봄 인력들의 부담은 많고 처우는 열악해 인력 이탈 여지가 높다.

이처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권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인권 보장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이용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은 있고 이는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사회복지사업법 제5조 1항에는 복지업무 종사자가 업무 수행 시 사회복지 이용인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 없이 최대로 봉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 종사자들의 인권 보장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인권에 족쇄 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선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이트 캡처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시·도, 시·군·구에 각각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위원회를 두고, 위원회에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개선 및 보수지침 관련 사항을 심의토록 하는 내용으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이용인, 민원인의 폭행이나 폭언 등으로부터 사회복지사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용인, 민원인의 인권 존중을 고려하며, 이에 대해 고민한 것까지 법률에 명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과 사회복지사업법에 폭행, 폭언 등의 괴롭힘으로부터 사회복지 종사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내용도 명시하고 이왕이면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의 보수지침 관련 사항 심의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고 하니, 사회복지사 등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았으면 한다.

아울러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뿐만 아니라, 현장에 근무하지 않지만, 자격 보유한 사회복지사까지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보수교육 내실화, 사회복지사 2급 국가시험 실시 등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실천현장 사회복지사와 복지학계, 전문가단체, 이용인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를 고민해 하나씩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 개선 등이 있을 때 이들은 사기 진작과 함께 질 좋은 서비스로 장애인, 노인 등의 이용인들을 대하게 되고, 결국엔 이용인의 인권 증진으로 가게 됨은 새삼스럽지만,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기에 이용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권도 중요하다.

사회복지 종사자에게 인권 보호‧보장 없이 무조건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지 마라. 이들은 봉사자가 아닌 전문 직업인이란 말이다. 이들도 이용인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사람이요, 권리의 주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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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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