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나는 친절한 공항 직원의 안내로 지하철 역까지 편히 도착하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 내 숙소가 위치한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런던 택시는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딱정벌레처럼 생긴 검은 택시인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택시들이 있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켄싱턴에 도착하였다. 물론 택시비는 제법 나온다. 40분 정도 거리에 약 10만원.
런던 날씨는 9월 초이고 화창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꽤 쌀쌀했다. 서울은 아직 더워서 에어컨을 찾는 날씨인데 이곳은 낮 최고 기온이 17도 정도밖에 오르지 않고 해가 떨어지면 금방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다.
걷는 사람들한테는 얇은 겉옷만 걸치면 땀도 나지 않게 관광할 수 있는 기온이지만 앉아서만 있는 우리 휠체어 장애인들한테는 제법 쌀쌀한 날씨이니 얇은 패딩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겠다.
도착한 날은 저녁을 먹고 취침에 들어갔고, 다음 날 아침부터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는데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을 찾았다.
다행히 대영박물관 근처의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여기서 팁! 런던 지하철에는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하철이라 또 시 전체가 역사적인 건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 꽤 많다. 다행히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휠체어가 가능한 곳에는 장애인 마크가 표시되어 있어 가고자 하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에 내가 느낀 건데 주요 관광지 근처의 역에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다행히 런던의 상징 2층 버스를 타면 휠체어 장애인도 런던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대영박물관은 모두에게 무료 입장이다. 줄이 엄청 길게 서 있는데 휠체어 장애인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서 팁! 대영박물관에 입장하려면 공항에서처럼 자신의 모든 짐을 검색대에 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러니 최대한 간단하게 짐을 꾸려서 대영박물관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대영박물관은 역사적으로 아주 훌륭한 유물들로 가득한데 그 중의 으뜸은 이집트관이다.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미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영국이 식민지 정책을 강력히 펼쳐나갈 때 소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이 있을 때 세계 곳곳을 식민통치하면서 현지의 역사적 유물을 챙겨서 이곳에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역사적인 시야를 갖고 있지 않던 시대에 그 역사적인 가치를 알아보고 유물들을 이곳으로 가지고 온 것은 당시에는 찾아볼 수 없던 안목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으나 이 유물들은 빠른 시일 안에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박물관에 있는 내내 강하게 들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최초의 법전 함무라비 법전이 있고, 정말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 같은 미라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또한 앗시리아와 바빌론 제국의 성벽과 신상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그것들 앞에 서 있으면 몇천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그때 당시 그곳의 영광과 위엄이 내게 전해지는 듯하다.
한 3일 정도는 시간을 잡고 매일 출퇴근하면서 구경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또 영국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보리라.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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