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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자폐인 긍지의 날', 나의 다짐

“더 많이 자폐인의 정체성을 다질 수 있기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6-18 09:25:37
앞으로 이런 날을 기념해주길 바란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4월 2일 세계 자폐인의 날로는 모자란 자폐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자폐인이라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날이 이제 필요합니다. 사실 외국에서는 잘 진행되고 있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저희가 소개해야 알 것 같은 날입니다.

6월 18일은 ‘Autistic Pride Day’입니다. 한국어로 옮기기에는 해석이 분분해서, 결국 성인 자폐인 자치 자조 모임 ‘estas’에서 답을 내놨습니다. ‘자폐인 긍지의 날’이라는 한국어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 이름 자체가 붙여지지 않은 날이라서 이름까지 지어줘야 하는 날이지요.

자폐인이 사회적으로 지워져 있습니다. 특히 성인 자폐인은 있는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제 점점 존재가 증명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통계로도 성인 자폐인은 존재한다는 사실은 증명 가능합니다. 거의 자폐인의 절반에서 조금 더 넘는 정도가 18세 이상입니다.

물론 이 성인 자폐인의 비율 중에는 2000년대 초반 자폐성 장애의 법적 인정에 맞춰서 등록한 아동-청소년이 성인이 된 비율도 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영국에 다녀오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영국의 자폐인 중에는 성인기에 가서야 자신이 자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된 사례가 대단히 많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부모가 된 뒤에 자녀의 자폐성 장애 사실을 알다가 자신마저 자폐인이라는 것을 덤으로 알게 된 사례도 들었습니다.

주로 북미나 유럽권에서 자폐인의 자서전이 나와서 아시아권에는 없나 싶었는데, 다행히 일본에서 출간된 자폐인의 자서전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일본 자폐인 곤다 신고 씨는 자신의 책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입니다’를 통해 자신은 40대에 가서야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따지면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마주한 것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처음 마주했고, 법적 인정은 대학교 4학년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법적 인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과 병역 관련 처리가 복잡했던 것이 몇 안 되는 문제였습니다.

6월 18일, 자폐인 긍지의 날을 맞이하여 제가 자폐인으로서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앞으로도 자폐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곳에서 자폐인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이제 다 밝혀진 일이고, 그러한 것을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되는 그러한 특성 때문입니다.

과거,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저는 자폐인이라는 사실에 화해하지 못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나중에 듣게 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결국 제가 자폐인이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불편한 동거’는 대학교 4학년 최종 법적 인정으로 완벽히 제가 자폐인이라는 것을 나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아마 이 주위에는 성인이면서 자폐인일 것 같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있을 것입니다. 단지, 그들 자신이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례가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려주게 되어 이제는 자폐인일지도 모른다는 최소한의 의심이라도 할 수 있게 된 사람 하나 겨우 찾았을 뿐입니다.

이제 겁먹지 마십시오. 단지 자신이 자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이 겪고 있는 소위 ‘이상함’에 대한 비밀을 찾게 된 열쇠를 하나 찾게 될 것입니다. 그 열쇠는 자폐성 장애일 것입니다. 단지 당신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만 하면 됩니다. 잘못된 것이 아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저도 이제 자폐성 장애 때문에 벌어지는 ‘특이한 일’에 대해서 잘 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봐도 자폐성 장애의 특성이라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블로그에 일기를 남기면 ‘자폐본능’이라는 태그(블로그 용어로는 일종의 ‘꼬리표’에 해당)를 붙여서 따로 모아놓을 정도입니다. 교회에서 성경 구절을 듣다가 성경 구절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진짜 종교적인 표현이라서 웃어버린 일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자폐인이 자폐를 인정한다면 자기가 기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모이면 결국 자폐인이 실제로 겪는 일이라는, 진실의 서사를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자폐인으로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자폐성 장애를 지울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폐인으로서 긍지가 있는 것입니다. 자폐성 장애 덕택에 장지용이라는 개인의 정체성이 더 도드라지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6월 18일 자폐인 긍지의 날을 맞아 생각해보는 나와 자폐성 장애의 상관관계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자폐성 장애를 마주해도 좋습니다. 당신이 만약 자폐인으로 밝혀져도 그것은 낙인찍기가 아닙니다. 자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히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자폐인임을 몰랐다고 해도 좋습니다. 언젠가 밝혀질 것은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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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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