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포네 앱 화면. ⓒ조현대

고교 야구의 전성기였던 70, 80년대는 라디오를 통해 야구 중계가 이루어졌다. 특히 1981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 대회는 모든 경기가 중계되었다.

라디오 중계는 TV 중계와는 다르다. 라디오 중계는 시각적 표현을 가감 없이 해준다. 예를 들어 1번 타자가 나왔을 때 그 타자의 타율, 몸무게, 키를 설명하고, 배트를 짧게 잡았다고까지 말해준다. 투수의 경우 투수가 던진 공이 하나씩 뿌려질 때마다 1구, 2구, 3구가 커브인지, 슬라이드인지 설명해 준다.

TV 중계는 이런 부분들이 많이 생략된다. 비장애인은 눈으로 볼 수 있기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 현재 프로야구 중계는 대부분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을 통해 중계된다. 시각장애인은 실로암복지관의 ‘실로암포네’ 앱을 이용해 TV로 송출되는 야구 중계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라디오 중계가 없다 보니 박진감 넘치는 야구 중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TV 중계는 캐스터가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야구를 좋아하는 지인은 캐스터가 공이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다른 내용만 이야기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한풀이를 했다.

필자는 2년 전 잠실야구장에 간 적이 있다. 활동보조인과 함께 방문했지만 큰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야구 경기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뿌려질 때마다 볼 또는 스트라이크, 아니면 파울, 안타, 홈런 등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는데, 매번 일어나는 상황을 활동보조인 또는 자원봉사자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 역시 모든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안하다. 결국 필자는 휴대폰으로 스포츠 중계를 연결해 잠실야구장의 경기 중계를 들었다. 하지만 현장과 TV 중계는 시간 차이가 크게 나서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야구장을 나왔다.

이렇듯 시각장애인의 야구 관람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디오 중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KBS 제3라디오는 장애인 전문 채널이다. KBS 제3라디오가 프로야구와 주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한다면 시각장애인도 70, 80년대처럼 박진감 넘치는 경기 관람이 가능할 것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 중계 캐스터에게 바램이 하나 있다. 라디오 중계처럼 자세하게는 할 수 없겠지만 볼, 스트라이크,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등을 명확히 표현해 준다면 시각장애인도 야구 관람을 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시각장애인이 야구 중계를 듣는 데 차별받지 않는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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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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