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설립된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이준수

A님은 척수손상으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불의의 사고로 손목과 어깨만 움직일 수 있는 정도다. 3차 의료기관에서 수술 후, 내가 일하는 2차 병원으로 전원해 재활치료를 받았다.

A님은 2015년 당시 1년 6개월째 입원 치료 중이었다. 입원치료 3개월까지의 목표는 몸이 사고 전으로 돌아가 직장에 복귀하는 것이었다. 장애를 수용하지 못한 기간이다. 그 후 1년까지의 목표는 장애를 받아들인 상태로 몸이 기능적으로 좋아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된 시점의 목표는 병원에 오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10년 넘게 임상 작업치료사로 근무했다. 척수손상과 뇌졸중 등 성인 중도장애인을 치료했다. 근력운동은 물론, 다시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ADL(일상생활훈련)도 실시했다. 임상 치료사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땐 열정적인 치료로 많은 중도장애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실제 집으로 복귀한 분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집으로 복귀하지 않고 병원을 전전하거나, 급기야는 요양원으로 간 분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재활난민을 양산하는 분절된 서비스

몸이 장애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현대의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누군가는 남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냐고 따질지 모르나, 장애를 수용하고 잔존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재활의 성공 모델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재활 시스템이 중도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다수의 중도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병원을 떠돌며 ‘재활 난민’이 되거나 ‘요양원’에 입소한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는데, ‘재활의료수가 현황과 개선방안(지영건, 2017)’에 따르면 뇌졸중 22.4%, 척수손상 15.3%의 낮은 사회복귀 비율을 보인다.

당사자 입장에선 돌봄의 부재, 응급상황 시 의료접근의 어려움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지역사회 복귀는 먼 산처럼 느껴진다. 실제 내가 치료했던 어떤 환자분은 마치 집으로 가면 금방 어떻게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병원과 지역사회가 분절됐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면 내 몸이 굳고, 아파도 외래 진료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드는 건 당연하다. 병원은 환자를 퇴원시키면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퇴원한 환자는 각자도생 알음알음 정보를 얻어 다음 병원으로 향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건강권법, 재활난민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언론을 통해 ‘재활난민’이 이슈화되면서,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을 위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17년 12월 30일 시행에 이르게 되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장애인건강권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 재활의료기관 지정 등 그간의 분절된 지역 서비스를 연결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또한 상시적으로 지역에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주치의제도도 포함되었다.

나는 장애인 건강권법이 시행되면서,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임상작업치료사로서 중도장애인의 지역사회복귀를 고민했던 시간이 많았는데, 마침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서울재활병원 지정)로 옮기게 되어 장애인의 커뮤니티케어에 일조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초기이고,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몸으로 체감하긴 이르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더불어 중도장애인의 지역사회복귀의 또 한 축인 회복기 재활병원 본 사업도 작년부터 실시되었다. 아마 시스템이 자리 잡고 분절된 서비스들이 연결되려면 향후 2~3년의 시간이 걸릴 듯하다.

나는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장애인의 건강권을 다루고자 한다. 업무적으로는 서두에 예시로 적어두었던 척수손상 입원환자 A님의 경우처럼, 더 이상 중도장애인들이 재활난민으로 전전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더불어 기존 중도장애인에만 포커스를 뒀던 시각에서 벗어나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 개개인 삶에 있어 신체기능, 활동과 참여, 환경요인 등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의 관점으로 업무를 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묶어 장애인 건강에 대한 포괄적이면서 때론 사례 중심의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칼럼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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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 칼럼니스트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한 삶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장애인이 병원을 떠나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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