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발달장애가 아닙니다.’

책 제목이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 도서관 몇 곳을 순례하며 새로 나온 책을 모아 놓은 신간 코너를 자주 애용한다. 이 책도 그렇게 나와 인연이 되었다(이호정 역, 영진닷컴). 평소 ‘장애, 아동, 발달’에 관심 많은지라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저자는 일본 도호쿠대에서 장애 과학을 전공한 한창완 박사이다. 현재는 시모노세키시립대학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 박사는 “아이들이 때로 발달에 지연이 있거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아동에게 ‘발달장애’라고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발달장애’라는 말 대신에 ‘IN-Child: 포괄적 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가 아닙니다' 도서 표지 캡처. ⓒ최순자

나도 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아이들은 발달 단계적으로 신체, 인지, 사회, 정서, 인지 등 영역별로 많은 발달을 보이는 시기이다. 아이마다 그래서 발달 속도에서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신체발달 중 대근육 발달로 가능한 이동 능력인 걷기를 살펴보자. 최근 어린아이인 친정 조카의 두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두 아이 중 큰아이는 9개월 때 걸었다. 친정에서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온 가족이 데리고 놀면서 걷기 훈련을 시킨 덕분이다. 특히 아이의 외할아버지는 손녀 사랑이 지극해, 매일 아이의 두 손을 붙잡고 서게 한 다음 걷는 연습을 하게 했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는 12개월 돌 때도 잘 걷지 못했다. 일어서서 한 발 두 발 걷다가 주저앉았다. 두 아이는 무려 3개월 이상 발달 속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은 걷기에서 발달의 개인차를 보이듯이 다른 발달 영역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36개월 아이와 12개월 아이. ⓒ최순자

저자는 ‘IN-Child’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IN-Child Record’를 만들었다. 이는 총 14개 영역 82문항의 아동관찰 기록지이다. 영역을 크게 보면, 신체, 정서, 생활, 학습면으로 나뉜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에게 적합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도구를 만들어 ‘IN-Child’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제대로 지원하여 모든 아이가 사회 속에서 성장해 가기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발달에 정확한 표준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큰 틀에서 연령별 발달의 기준은 있을 수 있으나, 그게 반드시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1,000명이 있으면, 1,000가지의 다양성이 있다. 그리고 1,000명이 있으면, 1,000명의 미래가 있다. 아동들이 다양성 속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싶다. 아이들이 주역이 될 미래는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아동의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한 박사의 말이다. 그렇다. 아이들은 저마다 발달의 속도, 관심, 흥미 등이 다양하다. 우리는 그 다양성을 늘 염두하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지원해야 한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 중 문제행동, 부적응은 없다. 단지 조금 마음을 신경 쓰게 하는 ‘신경 쓰이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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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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