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8년 전, 시설 거주 장애인의 약 57%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원한다는 조사결과를 참고하고,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이 계속 발생함으로 인해 장애계에서 탈시설 및 자립 정착 지원을 지속 요구했다는 점을 들어, ‘탈시설 및 자립지원’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탈시설-자립지원을 위한 구체적 지원방안과 전략을 마련하며 전략 중 하나로 거주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3년 전 발표했던 ‘장애인 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의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에서는 방안으로 공동생활가정(그룹홈) 확대와 이에 대한 국가 지원강화를 언급했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2016년 736개소인 공동생활가정이 2018년에는 753개소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경북 포항시에 소재한 한 공동생활가정에서 장애아동을 계속 감금하고 학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적장애로 등록됐거나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인 장애아동들이 입소된 걸로 확인됐고, 이들은 모두 학대현장에서 피해를 받고 분리 조치된 아동들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각각의 아동을 독방에 분리해 수용하고 식사시간 외엔 통제했다고 한다. 학대사실을 안 경찰서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해당 사건을 아동학대로 판단, 감금 아동을 분리조치 했다.

2년 전에는 광주시의 일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과도한 개인 생활 제재, 턱없이 높은 입소료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시설이라는 곳은 단체생활 속에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박탈되는 곳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공동생활가정에서 식사시간 외에 통제, 과도한 개인 생활 제재 등이 나타났다는 건 공동생활가정에도 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일반논평 16호를 보면, 소규모의 공동생활가정도 시설화나 시설의 결정적인 특징들이 나타나면 자립생활 방식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일반논평으로 비추어보면 이 사례는 자립생활 형태로 운영되는 공동생활가정이 아닌 거다.

더군다나 지적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은 능력 없으며 위험해 시설이나 정신병원에 가두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팽배함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공동생활가정 확대 등의 정부의 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은 진정한 탈시설-자립생활 전략의 일부로 진행한다고 볼 수 없으며 허상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 권리도 존중하지 않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3개 단체에서 포항 소재 A 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장애아동 감금·학대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에이블뉴스DB

또한, 제19조 일반논평에는 지적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분리하는 것은 의존성을 영속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방해하기에 이에 해당하는 비용은 엄청나다며, 자립권리 증진 등을 포함한 장애인의 사회통합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계획과 정책이 있을 때 빈곤이 줄어들고, 비용 효과적이며 권리 향유를 보장한다고도 나와 있다.

그런데 위의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정부 관료들이 거의 없는 듯하다. 하긴 계속 시설 및 거주자 수도 증가하고, 시설예산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리고 피해아동 회복·지원 대책과 관련해서는 2018년 현재 전국 68개소의 학대 피해아동 쉼터가 운영되나, 학대 장애아동의 장애특성에 특화된 심리지원 및 돌봄 등을 제공하는 쉼터는 한 군데도 없으며, 지금도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학대 장애아동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학대가 일어난 원가정이나, 시설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따라서 학대피해를 당한 장애아동을 위한 쉼터를 마련함은 물론, 장애아동과 관련한 대안가정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그리고 거주시설 소규모화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증진하는 실효적인 탈시설-자립생활 방안을 좀 더 고민해,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길 정부에 바란다.

이런 것들이 마련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는 인식이 확고히 뿌리 내리지 않는 한, 장애아동 학대 등의 사태는 비일비재하게 계속 발생할 것이며 장애를 겪는 아동 관련 정책이 권리기반이 아닌 점은 여전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장애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때 실효적인 탈시설-자립생활을 이루어가고, 장애아동 학대를 눈으로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순간이 현실로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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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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