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대학 졸업장. ⓒ장지용

발달장애 사회에서 최근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뭔가 부족한 지원에 시달리는 그룹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 대졸자’이다.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발달장애의 틀에서 벗어난 또 다른 발달장애인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석사, 박사, 더 나아가 유학 생활까지 하고 오는 것이 ‘고학력’이겠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대학 학사 졸업 자체가 ‘고학력’ 집단이 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특수교육대상자 규정이 적용되는 레벨의 한계는 일반적으로 고등학교까지이다. 그리고 무상 교육의 혜택도 고등학교까지만 적용되고 있다. 전공과가 있기는 하지만 전공과에 진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고졸 학력자’로 사회적인 판단을 받곤 한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대학 진입 자체가 고난이라고 하겠다. 대학 입학을 위한 학력 조건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제일 고역일 것이고,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을 맞추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수험생을 위한 수능 지원 정책은 현재 없다. 수능이 발달장애인에게 맞지 않은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극적으로 진입한 대학에서도 장애학생에 따른 지원정책이 있는 대학이면 다행이지만, 전공 학문과 교양 강의의 수준은 비장애학생 수준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발달장애 대학생들이 수강하기에는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대학에서는 일상생활 관리를 학교 차원에서 이행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관리를 해야 하는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다시 그렇게 대학을 졸업해도, 발달장애인 대졸자들은 일자리 진입에서 크나큰 ‘미스 매치’를 겪는다. 대졸자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대부분의 기업의 ‘발달장애인 일자리’는 대졸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일자리가 대다수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강점기반 일자리’라고 알려진 일자리조차 대졸 발달장애인에게는 과잉 스펙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 대졸자에 걸맞은 일자리를 가려고 해도, 이번에는 그런 곳에서 발달장애인 대졸자를 대졸 장애인 채용에서조차 거절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다시 방황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대기업/공공기관/공기업의 장애인 채용에 응시하였으나 면접라운드에서 발달장애인임을 공개하고 나서 모두 탈락한 징크스를 겪은 적이 있어서, 한동안 “너는 면접에 징크스가 있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필자가 그러한 면접라운드까지 가본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전한 사례는 찾기 어려우며, 합격자는 당연히 없는 상황이다. 발달장애인 대기업/공공기관/공기업 정기 공채 합격자가 등장하면 아마 신문 인물 동정 보도나 방송 뉴스를 타게 될 전망이라고도 필자마저 자조할 정도면 더 길게 언급할 사안은 없다.

발달장애인 대졸자들은 그래서 발달장애계의 ‘넛 크래커’ 같은 집단이라고 하겠다. 명색이 발달장애인이지만 대졸자 세계에서는 그저 ‘발달장애인’ 하나만 보고 그들의 역량을 대단히 무시하지만, 발달장애인 사회에서는 고학력자, 과잉 스펙 등으로 평가받으면서 발달장애인 일자리 분야에서는 취업하기 곤란한 집단으로 평가받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강점 기반 일자리’라는 개념에서 봤을 때, ‘대졸자’라는 것도 하나의 강점 기반 일자리의 새로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발달장애인 대졸자들은 나름대로의 강점이 대학 생활에서 유래한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발달장애인 대졸자는 그 자체가 강점이 될 수 있다. 또 그 일자리가 발달장애인 대졸자의 역량을 발휘하는 동시에 대졸자에 걸맞은 일자리여야 할 것이다.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 공기업의 경우 발달장애인 공채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 보다는 장애인 공채 등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앞으로 발달장애인 청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는 현재의 장애청년인구 특성상 발달장애 청년 중 주요 기업, 공공기관, 공기업 같은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사례, 특히 공채 합격자가 아직도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할 가치가 있는 방안이라고 하겠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도 발달장애인 대졸자를 중점 관리 집단으로 간주하여 발달장애인 대졸자가 진입할 수 있는 수준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진입을 지원하는 방안이 대단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발달장애인 대졸자들 중 서강대학교나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유명 대학 출신임에도 발달장애인 작업장에 가까운 직장에서 일한 사례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한 그들이 자신의 대학 졸업장을 위해 들였던 돈에 비해 그 월급은 그 대학 졸업에 들인 비용을 만회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필자조차 학자금 대출 100%로 대학에 다녔음에도 학자금 대출을 마무리 지어 대학 졸업장에 들인 돈과 받았던 총 월급의 가치에서 총 월급의 가치가 역전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학 졸업 6년 만에 학자금 대출 상환을 종료할 수 있었기에 그랬던 것이다.

발달장애인 대졸자들은 일자리 분야에서만큼은 ‘넛 크래커’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빛’나는 대학 졸업장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빚’나는 대학 졸업장이 되고 말았다는 운명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대졸자 집단은 발달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가장 소외된 집단이라고 하겠다.

왜 필자가 발달장애계의 ‘넛 크래커’ 집단으로 발달장애인 대졸자를 지적한 것은 그랬던 이유였던 것이다. 일반적인 장애 대졸자 일자리에 가기에는 발달장애가 낙인찍고,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가기에는 오버 스펙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결국 발달장애인 대졸자들이 갈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제 발달장애인 대졸자에 대한 일자리 대책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일단 발달장애인 대졸자가 얼마큼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 일단 실태 파악이 먼저라고 하겠다. 그래야 본격적인 발달장애인 대졸자 일자리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처음부터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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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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