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필자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정치계 인물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특정 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기 보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에 대해 책임을 갖고 실천할 만한 추진력과 신뢰성이 있는 사람인지 가름해 보는 게 고작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의도하지 않게 정치계 소식을 언론으로부터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며칠 전 모 당의 후보자의 발언이 문제가 되어 공론화되었다.

문제의 발언을 한 후보자는 30대, 40대 비하 발언으로 곤혹을 치른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또다시 화두에 오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가 정치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뉴스를 접했을 때 필자가 느낀 바를 전하고자 한다.

노인 폄하 발언으로 문제시된 후보자의 말은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라는 부분이었다. 그 뉴스를 듣는 순간 “그럼, 장애인으로 불리며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난 뭐지?”하는 불쾌감이 들었다.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후보자의 발언보다 이 발언이 ‘노인 폄하 발언’이라는 보도에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다. 장애인이 범죄자도 아니고 장애인으로 빗대어졌다는 이유로 폄하 발언이라고 보도되는 것에 순간 울컥했다.

물론 후보자의 발언에는 신중하지 못하고 과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보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어쨌든 표현상으로 그 말은 결국 ‘노인들은 다 장애인이 된다.’라는 말로 상통하기 때문이다.

모든 노인들이 장애인이 된다고 일반화, 집단화하여 표현한 부분에서 후보자가 신중치 못하고 표현에 미흡함이 있었던 것은 명백해 보인다. 어쨌든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후보자의 발언이 아니라 그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이다.

궁금해서 사전을 살펴보니 ‘폄하하다’는 ‘가치나 수준을 깎아내려 평가하다’였고 ‘비하하다’는 ‘낮추어 말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라는 발언을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보도한 언론이 장애인의 가치를 비하한 셈이다.

결국 언론의 메시지는 노인이 되면 장애인이 된다는 말로 노인들의 가치와 수준을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대체 사람에 대한 가치 기준이 무엇인지....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 보겠다.

C라는 사람이 어떤 모임에서 “A는 B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야”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입방아 찢기 좋아하는 D가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을 붙들고 말한다.

“세상에, C가 A와 B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하는데 A를 B같은 사람 취급하다니 너무하잖아.”

이 말을 들은 A는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D의 말에는 B가 A보다 못한 사람임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B도 기분이 나쁘다. 자신과 빗대어 진 것이 기분 나쁘고 심하다고 하니 기분이 나쁠 수 박에.

결국 C는 아무 의도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 뿐인데 D의 입방아로 인해 C는 물론 A도 B도 모두 기분이 상하고 불쾌한 것이다.

여기서 언론이 바로 D에 해당한다. 언론은 여론을 모아 전하기도 하지만 여론을 형성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런 언론이 시청자의 자극과 흥미에 취중에 자각 없이 신중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해 방송을 한다는 게 화가 난다.

사회통합과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 힘써야 할 언론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는 꼴이니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필자로서 허탈함 마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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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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