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자체에서 장애인들에게 나누어준 중국산 마스크. 영어로 절대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용 마스크라고 적혀 있다. ⓒ서인환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지자체들 중에서 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마스크를 지원해 주는 곳들이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도 장애인단체를 통하여 긴급지원 사업으로 마스크 보급 사업을 실시한다. 그리고 밀알선교회 등 여러 모금기관에서도 마스크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 등에도 마스크를 현물 또는 구입비로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다.

공동모금회에서는 한국장총과 장총련을 통해 각각 1억 5천만원의 규모로 마스크 보급 사업을 한다. 한국장총은 면역력이 특히 약한 신장장애인과 안마업을 위해 사회적 접촉이 잦은 시각장애인, 그리고 수화통역센터를 통하여 마스크 보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한국장총 회원단체이기도 하다.

장총련에서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마스크 보급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회원 단체의 협조로 각 소속 협회에 마스크 보급 물량을 배분하고, 장애인이 회원단체에 신청을 하면 그것을 모아 택배로 각 가정에 물품을 보내는데, 1인당 마스크 20장과 손소독제 500㎖ 한 병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장애인단체나 장애인복지시설 중 미인가시설이나 교육, 상담시설 등을 대상으로 무료 방역 사업도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에서 지역 장애인단체를 통하여 장애인들에게 마스크를 10장씩 무상 보급한다는 소식에 장애인들이 장애인단체 사무실을 방문하여 마스크를 받아왔다. 그런데 그 마스크가 중국제여서 조금 실망을 하였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불량도 많아 이상하다고 여겨 자세히 알아보았더니 방역마스크가 아니라 의료용 마스크였다. 실망 수준이 아니라 격분했다.

필터가 없는 것으로 얼굴에 종이를 한 장 붙이는 것과 같은 일회용 의료 마스크였다. 의료 마스크는 국내 원가가 300원 정도이고, 시중가가 600원 정도인데, 지자체에서 중국산을 800원에 구입하여 장애인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이것을 받은 장애인들은 우리가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무시한 것이 아니냐며 조롱당했다는 반응이다. 중국에서는 KN95, 미국에서는 N95, 한국에서는 NF94(코리아필터) 등의 품질에 대한 분류를 하는데, 미세면지용이면 KF80으로도 충분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KF94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마스크 대란을 맞아 그래도 KF80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들이 있다. 의료용은 수술용 무균 마스크로 얼굴에 밀착이 되지 않아 코라나19 대응에는 부적절하다.

중국산 그것도 아무런 미세먼지나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의 기능이 없는 제품을 장애인에게 나누어 준 것은 너무한 처사이다. 나라장터에 들어가 물품조달 목록 중에서 마스크를 검색해 보았다. 엄청난 목록이 나왔다. 공적 마스크가 주류를 이루지만, 교육청, 지자체 등도 발주처 목록에 많이 있었다.

규격서를 열어보니 대부분 KF94를 요구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사용하거나 다른 곳에 지원하는 것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마스크를 보급하면서 왜 하필 장애인들에게는 형편없는 마스크를 준 것일까?

공동모금회에서 나누어주는 마스크는 제대로 된 마스크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돌리고, 나머지를 일반 유통을 하다 보니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인터넷 등에서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으니 국산 정품을 과연 얼마에 구할 수 있는지가 몇 사람에게 공급할 수 있는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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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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